석유와 석탄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미국과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美·中 생산자물가 '천정부지'…글로벌 인플레 공포 커진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PPI가 작년 같은 달보다 13.5% 뛰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PPI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8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와 같은 수치다. 로이터통신이 전문가 설문을 바탕으로 조사한 전망치 12.4%를 웃돌았다.

중국의 PPI는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12월까지 마이너스를 이어가다가 올 1월 0.3% 오르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3월 4.4%, 5월 9.0%까지 올랐고 9월엔 10.7%까지 뛰었다.

업종별로 석탄채굴이 103.7% 급등했고 석유·천연가스 채굴도 59.7% 상승했다.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통계사는 “외부 요인과 국내 주요 에너지·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이 겹쳐 PPI 상승률이 일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PPI가 그동안 비교적 낮게 유지되던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5%로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장 전망치인 1.4%를 웃돌았다.

9일(현지시간) 나온 미국의 10월 PPI도 전년 동월 대비 8.6% 올라 2010년 11월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트럭 화물비용이 16.3% 상승해 공급망 차질이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CPI도 전년 동월에 비해 6.2%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8%를 웃도는 수치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추세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떨어지지 않으면 Fed의 판단이 틀렸다는 의미로 해석돼 시장의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월마트 타깃 UPS 페덱스 등 4대 유통업체와 물류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최근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류대란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공급망 병목현상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인프라 투자법안 예산의 일부로 미국의 항만시설을 보완, 현대화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해 항구 내 병목현상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CNBC는 미 행정부가 앞으로 60일 이내 미 육군 공병대 인력을 동원해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의 항만 건설 작업을 할 계획이며, 항만 현대화 사업에도 34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강현우/워싱턴=정인설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