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핀테크 지원 사업 실적이 올해 크게 꺾이고 내년 예산도 대폭 쪼그라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초기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들이 몰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련 지원 사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산을 무조건 줄이는 대신 핀테크 성장 단계별로 정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관련 지원 사업 실적이 올해 대폭 줄었다. 2019년 77건에 달하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건수는 지난해 60건, 올해 17건으로 감소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이 2년간 금융 규제 적용 특례를 받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인 핀테크 지원 사업이다.

금융사가 자사의 본질적 업무를 핀테크 업체에 위탁하고 두 회사가 협력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지정대리인 사업 실적도 미미하다. 2019년 18건에서 지난해 6건, 올해 1건으로 줄었다. 핀테크가 개발한 금융 서비스를 금융사에 위탁해 시범 영업을 하면서 사업화 여부를 테스트하는 위탁테스트 사업은 올해 단 한 건의 신규 지정도 없었다. 2019년 3건, 작년엔 2건이었다. 이에 따라 핀테크 지원 사업의 실집행률은 지난해 81%에서 올해 8월 기준 65.3%로 감소했다.

내년 핀테크 관련 금융위의 예산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145억100만원에서 올해 183억5600만원으로 늘었으나, 현재 예산안대로라면 내년 145억7900만원으로 20.6% 줄어든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금융혁신 지원(-29억2000만원) △핀테크 기반 구축(-3억8000만원) △핀테크지원센터 운영 지원(-2억4000만원) △핀테크 기업 육성 지원(-2억원) 등 사업마다 줄줄이 삭감됐다.

일각에서는 예산 삭감보다 ‘스케일업’(단계적 성장) 방식의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조정할 때라고 주장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는 빅테크와 지금 막 커나가는 소규모 핀테크를 구분해 지원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혁/정소람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