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치솟는 인플레, 낮아지는 금리…시장은 도대체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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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늘 주가지수가 내렸어.", "헐. 9일 만이네."
9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식방송인 CNBC의 앵커들이 주고받은 말입니다. 오랜만에
뉴욕 증시가 차익실현 매물 출현 및 다음날 나올 소비자물가 관망세 등으로 소폭 내렸습니다.
장 초반에는 주요 지수가 0.1% 수준의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모두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차익실현 매물들이 흘러나오며 지수는 흘러내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0.31%, S&P500 지수는 0.35% 떨어졌고 나스닥은 0.60%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까지 S&P500 지수가 8일 연속, 나스닥은 11일 연속 올랐다. 한 달 만에 S&P500 지수가 7% 넘게 오르는 등 지금은 과매수 됐다고 판단된다. 지난달 20배 수준까지 낮아졌던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도 다시 23배 근처까지 올라왔다. 더 오르려면 지금 쉬어가야 한다. 끓어 넘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3238.98)보다 약 43% 높은 곳에 있습니다. 지난 200일간 가열차게 올랐다는 뜻입니다. 팩트셋은 2000년 닷컴버블이 터졌을 때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45%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향후 상승할 수 있는 폭은 2%에 그칠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나스닥의 경우 한때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150% 높은 적도 있었습니다. 주식으로 따지면 테슬라가 가장 지난 한 달간 가장 뜨거웠던 주식이죠.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지분 매도 관측 속에 전날 4.8% 급락한 데 이어 이날 11.99% 추가 하락했습니다. 장중 1011.52달러까지 떨어지며 1000달러 선이 깨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9.2% 오른 상황이지요. 주식이 크게 오르면서 월가에서는 투자 다변화에 대한 권고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코로나 확산세도 완연히 꺾였고(내년 1월 종결설), 경제도 확연히 살아나는 추세입니다. 당연히 미국 주식이 좋은 건 알지만 너무 올라서 비싸졌다는 것이죠. '가치평가의 석학'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의 말처럼 좋은 투자는 좋은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괜찮은 주식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입니다.
핌코가 대표적입니다. 지난주 자산시장 전망 보고서 '전환의 시대'(Age of Transformation)를 통해 "많은 신흥시장(EM)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지만 신흥 시장 전반에서 매우 좋은 기회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신흥시장에서는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패시브 베타 전략이 아닌 좋은 수익률을 올릴 기회를 찾는 게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유럽, 일본 주식에 대한 추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보다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6만8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더리움 가격도 480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자 투자 다변화, 위험 분산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1~3% 정도를 암호화폐에 넣는 투자자들이 일부 있다"라면서 "이들은 달러화 자산(미국 주식 포함)의 하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날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소유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참 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부로 소유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쿡은 관심이 "개인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애플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일축했습니다. 애플이 기업 자금으로 암호화폐를 살 가능성도 부인했습니다. 그는 암호화폐 기술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무엇을 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특별히 나쁜 소식은 없었습니다. 나쁘다기보다 이상했던 건 미국의 금리가 또 급락했다는 겁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6.5bp(1bp=0.01%포인트) 떨어져 연 1.432%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9월 말 이후 최저인 1.418%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오후 1시에 실시된 39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으로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 금리보다 높은 1.444%까지 올라가면서 시장 금리도 소폭 회복됐습니다.
30년물 수익률도 6.1bp 하락해 1.827%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1.8% 아래로 떨어져 1.796%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년물, 5년물 등도 4~5bp씩 급락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등 중앙은행들이 완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경제가 추세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우려될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지는 건 많은 시장 관계자에서 이해하지 못할 일입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10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대비 8.6%로 9월과 같았고 전월 대비로는 0.6% 증가해 9월의 0.5% 상승보다 높아졌습니다. 월가 예상과 같았지만, 역대 최고 수준으로 매우 높은 겁니다. (다만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인 식품과 에너지, 무역 관련 요인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4% 올라 헤드라인 수치보다는 낮았습니다) 또 미국 시간 10일 아침 8시 30분, 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 30분에 발표되는 10월 소비자물가(CPI)도 작년 대비 5.9%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9월의 5.4%에서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입니다. 전월 대비로는 0.6% 올라 9월의 0.4% 상승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인플레가 치솟으면서 이날 3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는 -0.58%까지 떨어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 속에 수요가 몰린 겁니다. 그런데도 일반 30년물 국채 금리도 동반 하락하면서 실질 금리는 더욱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전방위적으로 급락하자 일부에선 미국 경기에 대한 하방 위험 때문이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에 대해 MKM파트너스의 마이클 달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장기 금리 하락은 경기 하강 위험 혹은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정책을 반영하는데, 이날 하락은 경기 하강 위험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의 차기 의장 임명설도 금리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8일 밤 8시 45분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장직과 관련해 브레이너드 이사를 지난주 면접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연임을 예상하지만, 브레이너드가 강력한 경쟁 후보로 등장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치 도박사이트 프리딕트잇 등에서 브레이너드 이사의 임명 가능성이 일부 높아지고 파월 의장의 재선임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습니다. 브레이너드는 파월 의장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둘기파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시장은 그가 의장이 되면 완화적 통화정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과 같이 유대인에 경제학 박사(하버드)인 데다, 민주당이 선호하는 여성입니다. 다만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브레이너드 이사의 의장 지명 가능성이 그리 큰 것도 아니고, 파월보다 훨씬 더 비둘기파적인 것도 아니므로 이렇게 금리가 내려갈 이유는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로 보면 이렇게 하락할 이유가 없으며 기술적 요인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채권 금리 상승을 노리고 공매도했던 물량을 정리하는 숏커버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채권 가격이 예상외로 지속 상승하자 CTA펀드(추세를 추종하는 모멘텀 투자 중심의 헤지펀드)에서도 장기채 중심으로 매수 주문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미국 채권에 대한 해외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실망스러웠던 10년물 입찰에서도 전체 입찰률은 2.35배로 떨어져 지난달 2.58배보다 대폭 낮아졌지만, 해외 투자를 대변하는 간접 수요는 71%에 달해 전달의 71.1%와 비슷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달 입찰 때보다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수요는 줄었지만, 채권 투자자에게 여전히 미국 국채는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10월 PPI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내일 나올 10월 CPI도 우려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6대 4 정도로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2022 인플레이션 전망: 더 나아지기 전에 악화할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 보고서에서 올해 말 CPI가 헤드라인 수치를 기준으로 6.31%, 근원 CPI가 5.19%에 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지난 9월만 해도 각각 5.31%, 4.61%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한 달 새 추정치를 훨씬 더 높인 겁니다. 하지만 내년 말에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CPI 기준 2.9%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수급불균형이 개선되고 임금 상승도 노동 공급 회복으로 둔화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또 씨티그룹도 최근 이런 '일시적'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신문은 크레딧스위스의 졸탄 포자르 금리전략 헤드를 인터뷰했습니다. 포자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뉴욕연방은행에서 직접 시장조작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재무부 선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국채 관리 업무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그의 보고서를 찾아서 읽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포자르는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뉴욕 특파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물가 상승은) 가계 소득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수요 급증이 원인이기 때문”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내년이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장됐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포자르는 ”팬데믹 기간 정부의 대규모 재정 정책으로 가계 소득이 이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넘치는 현금이 생긴 가계가 돈을 쓸 곳이 없어 비싼 전자제품 등을 사용하는 데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팬데믹으로 여행, 외식 등 서비스 부분으로 돈이 흐르지 못하면서 전자제품 등 내구재로 수요가 쏠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전자제품 등 내구재 판매 증가로 이어져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을 가져왔고 결국 자동차 등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자르는 이런 수요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 국경이 다시 열리고, 서비스 분야가 정상화되면 내구재 등 상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설명입니다.
포자르는 11월 FOMC 이후에 내년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겨지고 인상 횟수도 두세 차례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Fed는 2022년에 연말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모든 것은 정상화될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다. Fed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여름까지 테이퍼링을 마무리한 후 휴식기를 3개월 정도 갖고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이다. 내년 4분기에 한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자르는 테이퍼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봤습니다. Fed가 채권 매입을 줄이지만 그만큼 재무부의 채권 발행도 감소하기 때문에 시장 수급은 균형을 이룰 것으로 봤습니다. 또 2013년 테이퍼링 때와는 달리 은행들이 건전한 재무제표를 가지고 있어 Fed 대신 채권을 매입할 여력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두 대형 은행만 봐도 6000억 달러 이상의 초과 현금 위에 앉아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장기간 진행된 양적 완화를 통해 이미 시중에 풀려있는 막대한 유동성도 더 많은 국채를 흡수해 테이퍼링의 부작용을 줄여줄 것으로 봤습니다. 사실 지금 채권 시장은 포자르의 견해를 반영해 움직이는 듯합니다. 이렇게 낮은 금리가 유지된다면 주식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9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식방송인 CNBC의 앵커들이 주고받은 말입니다. 오랜만에
뉴욕 증시가 차익실현 매물 출현 및 다음날 나올 소비자물가 관망세 등으로 소폭 내렸습니다.
장 초반에는 주요 지수가 0.1% 수준의 소폭 상승세를 보이며 모두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차익실현 매물들이 흘러나오며 지수는 흘러내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0.31%, S&P500 지수는 0.35% 떨어졌고 나스닥은 0.60%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까지 S&P500 지수가 8일 연속, 나스닥은 11일 연속 올랐다. 한 달 만에 S&P500 지수가 7% 넘게 오르는 등 지금은 과매수 됐다고 판단된다. 지난달 20배 수준까지 낮아졌던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도 다시 23배 근처까지 올라왔다. 더 오르려면 지금 쉬어가야 한다. 끓어 넘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3238.98)보다 약 43% 높은 곳에 있습니다. 지난 200일간 가열차게 올랐다는 뜻입니다. 팩트셋은 2000년 닷컴버블이 터졌을 때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45%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향후 상승할 수 있는 폭은 2%에 그칠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나스닥의 경우 한때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150% 높은 적도 있었습니다. 주식으로 따지면 테슬라가 가장 지난 한 달간 가장 뜨거웠던 주식이죠.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지분 매도 관측 속에 전날 4.8% 급락한 데 이어 이날 11.99% 추가 하락했습니다. 장중 1011.52달러까지 떨어지며 1000달러 선이 깨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9.2% 오른 상황이지요. 주식이 크게 오르면서 월가에서는 투자 다변화에 대한 권고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코로나 확산세도 완연히 꺾였고(내년 1월 종결설), 경제도 확연히 살아나는 추세입니다. 당연히 미국 주식이 좋은 건 알지만 너무 올라서 비싸졌다는 것이죠. '가치평가의 석학'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의 말처럼 좋은 투자는 좋은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괜찮은 주식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입니다.
핌코가 대표적입니다. 지난주 자산시장 전망 보고서 '전환의 시대'(Age of Transformation)를 통해 "많은 신흥시장(EM)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지만 신흥 시장 전반에서 매우 좋은 기회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신흥시장에서는 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패시브 베타 전략이 아닌 좋은 수익률을 올릴 기회를 찾는 게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유럽, 일본 주식에 대한 추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보다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6만8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더리움 가격도 480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자 투자 다변화, 위험 분산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1~3% 정도를 암호화폐에 넣는 투자자들이 일부 있다"라면서 "이들은 달러화 자산(미국 주식 포함)의 하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날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소유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참 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부로 소유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쿡은 관심이 "개인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애플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일축했습니다. 애플이 기업 자금으로 암호화폐를 살 가능성도 부인했습니다. 그는 암호화폐 기술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무엇을 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특별히 나쁜 소식은 없었습니다. 나쁘다기보다 이상했던 건 미국의 금리가 또 급락했다는 겁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6.5bp(1bp=0.01%포인트) 떨어져 연 1.432%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9월 말 이후 최저인 1.418%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오후 1시에 실시된 39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으로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 금리보다 높은 1.444%까지 올라가면서 시장 금리도 소폭 회복됐습니다.
30년물 수익률도 6.1bp 하락해 1.827%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1.8% 아래로 떨어져 1.796%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년물, 5년물 등도 4~5bp씩 급락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등 중앙은행들이 완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경제가 추세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우려될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지는 건 많은 시장 관계자에서 이해하지 못할 일입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10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대비 8.6%로 9월과 같았고 전월 대비로는 0.6% 증가해 9월의 0.5% 상승보다 높아졌습니다. 월가 예상과 같았지만, 역대 최고 수준으로 매우 높은 겁니다. (다만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인 식품과 에너지, 무역 관련 요인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4% 올라 헤드라인 수치보다는 낮았습니다) 또 미국 시간 10일 아침 8시 30분, 한국시간 10일 오후 10시 30분에 발표되는 10월 소비자물가(CPI)도 작년 대비 5.9%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9월의 5.4%에서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입니다. 전월 대비로는 0.6% 올라 9월의 0.4% 상승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인플레가 치솟으면서 이날 3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는 -0.58%까지 떨어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 속에 수요가 몰린 겁니다. 그런데도 일반 30년물 국채 금리도 동반 하락하면서 실질 금리는 더욱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전방위적으로 급락하자 일부에선 미국 경기에 대한 하방 위험 때문이 아니냐는 걱정마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에 대해 MKM파트너스의 마이클 달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장기 금리 하락은 경기 하강 위험 혹은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정책을 반영하는데, 이날 하락은 경기 하강 위험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의 차기 의장 임명설도 금리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8일 밤 8시 45분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장직과 관련해 브레이너드 이사를 지난주 면접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연임을 예상하지만, 브레이너드가 강력한 경쟁 후보로 등장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치 도박사이트 프리딕트잇 등에서 브레이너드 이사의 임명 가능성이 일부 높아지고 파월 의장의 재선임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습니다. 브레이너드는 파월 의장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둘기파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시장은 그가 의장이 되면 완화적 통화정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과 같이 유대인에 경제학 박사(하버드)인 데다, 민주당이 선호하는 여성입니다. 다만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브레이너드 이사의 의장 지명 가능성이 그리 큰 것도 아니고, 파월보다 훨씬 더 비둘기파적인 것도 아니므로 이렇게 금리가 내려갈 이유는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로 보면 이렇게 하락할 이유가 없으며 기술적 요인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채권 금리 상승을 노리고 공매도했던 물량을 정리하는 숏커버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채권 가격이 예상외로 지속 상승하자 CTA펀드(추세를 추종하는 모멘텀 투자 중심의 헤지펀드)에서도 장기채 중심으로 매수 주문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미국 채권에 대한 해외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실망스러웠던 10년물 입찰에서도 전체 입찰률은 2.35배로 떨어져 지난달 2.58배보다 대폭 낮아졌지만, 해외 투자를 대변하는 간접 수요는 71%에 달해 전달의 71.1%와 비슷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달 입찰 때보다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수요는 줄었지만, 채권 투자자에게 여전히 미국 국채는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10월 PPI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내일 나올 10월 CPI도 우려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6대 4 정도로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 '2022 인플레이션 전망: 더 나아지기 전에 악화할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 보고서에서 올해 말 CPI가 헤드라인 수치를 기준으로 6.31%, 근원 CPI가 5.19%에 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지난 9월만 해도 각각 5.31%, 4.61%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한 달 새 추정치를 훨씬 더 높인 겁니다. 하지만 내년 말에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CPI 기준 2.9%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수급불균형이 개선되고 임금 상승도 노동 공급 회복으로 둔화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또 씨티그룹도 최근 이런 '일시적'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신문은 크레딧스위스의 졸탄 포자르 금리전략 헤드를 인터뷰했습니다. 포자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뉴욕연방은행에서 직접 시장조작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재무부 선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국채 관리 업무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그의 보고서를 찾아서 읽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포자르는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뉴욕 특파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물가 상승은) 가계 소득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수요 급증이 원인이기 때문”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고 내년이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장됐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포자르는 ”팬데믹 기간 정부의 대규모 재정 정책으로 가계 소득이 이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넘치는 현금이 생긴 가계가 돈을 쓸 곳이 없어 비싼 전자제품 등을 사용하는 데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팬데믹으로 여행, 외식 등 서비스 부분으로 돈이 흐르지 못하면서 전자제품 등 내구재로 수요가 쏠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전자제품 등 내구재 판매 증가로 이어져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을 가져왔고 결국 자동차 등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자르는 이런 수요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 국경이 다시 열리고, 서비스 분야가 정상화되면 내구재 등 상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설명입니다.
포자르는 11월 FOMC 이후에 내년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겨지고 인상 횟수도 두세 차례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Fed는 2022년에 연말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모든 것은 정상화될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다. Fed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여름까지 테이퍼링을 마무리한 후 휴식기를 3개월 정도 갖고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이다. 내년 4분기에 한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자르는 테이퍼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봤습니다. Fed가 채권 매입을 줄이지만 그만큼 재무부의 채권 발행도 감소하기 때문에 시장 수급은 균형을 이룰 것으로 봤습니다. 또 2013년 테이퍼링 때와는 달리 은행들이 건전한 재무제표를 가지고 있어 Fed 대신 채권을 매입할 여력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두 대형 은행만 봐도 6000억 달러 이상의 초과 현금 위에 앉아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장기간 진행된 양적 완화를 통해 이미 시중에 풀려있는 막대한 유동성도 더 많은 국채를 흡수해 테이퍼링의 부작용을 줄여줄 것으로 봤습니다. 사실 지금 채권 시장은 포자르의 견해를 반영해 움직이는 듯합니다. 이렇게 낮은 금리가 유지된다면 주식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