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외치는 尹, 공약·쓴소리 듣기에 집중한다
이준석의 조언 "많이 만나라"…'무야홍' 바람 흡수 과제
[2030 선택은] ④ '쩍벌남'은 달라질까…윤석열, MZ 구애 시동
'쩍벌남' 윤석열은 달라질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특유의 '꼰대 이미지'를 털어내고 자신의 취약 지지층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쩍벌' 습관으로 상징되는 '아저씨' 이미지를 비롯해 과거 주 120시간 근무, 청약통장 관련 발언 논란 등까지 누적되며 식어버린 청년 민심을 붙잡기 위한 것이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398 후보(20대의 3%, 30대의 9%, 40대의 8% 지지율)'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지만, 60대 이상 전통적 지지층의 표를 기반으로 경선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본선은 다르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특히 '무야홍'(무조권 야권 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타고 결집했지만, 홍 의원의 경선 탈락으로 탈당 행렬을 보이는 청년 당원들에 대한 대책도 부심 중이다.

[2030 선택은] ④ '쩍벌남'은 달라질까…윤석열, MZ 구애 시동
◇ "청년에게 미안하다"는 '기성세대' 尹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인 지난 6일 윤 후보가 가장 먼저 찾아간 정치권 인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였다.

윤 후보는 청년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이 대표와 1시간 20분가량 오찬을 하며 2030 세대의 취약한 지지세를 확장할 복안을 물었다.

이 대표는 "청년들과 많이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많이 가져라", "청년의 입장에서 익숙한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홍 의원을 지지했다가 윤 후보 선출에 실망한 2030 당원들이 "기득권 정치인들과 6070들이 새바람 2030을 걷어찼다"며 인터넷 공간에 릴레이 탈당 인증을 하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윤 후보는 이어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으로 달려가 청년에게 "미안하다"며 여러 차례 몸을 바짝 낮췄다.

윤 후보는 연단에서 "여러분께 무슨 이야기를 해드릴까 많이 생각했다.

솔직히 청년들에게 참 미안하다는 말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대통령 후보 이전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께 참 미안하다"며 "요즘 유행하는 말로 '라떼는' 공부 좀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하면 취직도 하고 안정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는데, 요즘 젊은 세대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대학교수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검사 외길'을 걸어온 윤 후보가 청년들 입장에서는 친숙하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같은 검사 출신이지만 2030에게 선풍적 인기를 끈 홍 의원의 경우 '언더독' 삶의 이력과 특유의 '사이다 화법'이 어우러져 청년들의 감수성을 건드린 바 있다.

대학원생 이모(29) 씨는 "윤 후보는 전형적인 엘리트 출신 '꼰대' 이미지가 있다"며 "여야 후보 모두 선호하지 않지만, 윤 후보는 특히 불안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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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소통' 지적…尹측 "인위적 컨셉은 역풍"
윤 후보가 청년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요인으로 소통 방식도 꼽힌다.

권위적인 검사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투 머치 토커'(말이 많은 사람)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길고 장황한 발언을 즐겨 하는 게 '정치인의 언어'로서는 세련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실언 논란도 말을 길게 부연하는 과정에서 주로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0일 통화에서 "윤 후보가 정치를 오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통 측면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전형적인 아저씨 소통 스타일이다.

이제 검찰총장도 아닌데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말투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캠프도 고민이 깊다.

청년에게 다가가고자 '윤석열다움'을 버리고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으면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들이 '부캐(부캐릭터)'라면서 신인가수를 연기하고,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장면들이 되레 청년들 사이에서 쓴웃음을 줬다는 전례도 의식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인위적인 이미지나 컨셉이 아니라 청년들을 열받게 하는 이슈나 어젠다를 발굴해 후보가 직접 소통하면서 청년에게 친근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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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탈모부터 '코로나 학번'까지 다룬다
결국 '청년 공약'이 핵심이라는 게 윤 후보 측 기본 입장이다.

경선 과정에서 내놓았던 노조의 고용 세습 차단 공약, 학점비례 등록금제, 입시 비리 암행어사제, 성범죄 양형 기준 강화 등 공약을 적극 홍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캠프의 온라인 캠페인 '민지(MZ)야 부탁해'에서 SNS를 통해 수집한 2천여건의 의견을 토대로 '이슈 파이팅'을 할 계획이다.

청년 탈모 문제, '코로나 학번' 전문대생의 대학 생활 문제, 청년들의 밥상 물가 문제, 비싸진 배달 수수료, 신혼부부의 어려움 등 정치권의 관심이 덜했던 '생활 밀착형' 이슈를 직접 다루면서 청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자유롭게 모집한 청년들에게 '쓴소리'도 가감 없이 듣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에게 달린 '악플' 읽기 등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예찬 캠프 청년특보는 라디오에 출연해 "(행사에) 동원된 청년이 아니라 보통의 청년들을 많이 만나 쓴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후보 측은 선대위 내에 청년본부 또는 청년위원회도 별도로 구성해 청년 조직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또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 측 청년 인사들과 '원팀'을 이루고, 영·호남 청년들이 함께하는 행사도 기획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