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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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의 가장 전형적인 수법에 당할 뻔한 60대 남성을 극적으로 구한 네티즌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한 회원은 "좀 전에 보이스피싱 알바를 잡았다"며 글을 게재했다.

이날 은행을 방문한 글쓴이는 마감이 다 된 시간 문을 급히 열며 들어오는 60대 남성을 목격했다. 이 남성은 대기표도 뽑지 않은 채 직원에게 달려가 "여기 돈 좀 다 찾아달라"며 요구했다.

은행 직원이 "번호표 뽑고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이 남성은 "내가 정말 급해서 그런다"며 다른 손님들을 향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남성은 "얼마 찾으시는데요?"라는 질문에 "다 찾아달라"고 답했다.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 같다"며 "혹시 누가 돈 찾아오라고 했느냐"고 물었으나 남성은 "그런 거 아니니 돈이나 빨리 찾아달라"고 재촉했다. 도움이 필요하느냐는 말에도 남성은 돈만 출금하길 바랐다.

글쓴이는 앞에 있던 직원에게 "보이스피싱 같은데 확인해보라"라고 했으나 직원은 "아니라고 하신다"고 했다.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글쓴이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을 기다리던 중 남성은 돈을 출금해 은행을 나가려고 했다.

글쓴이는 "아저씨 보이스피싱당한 것 같다"며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했으나 남성은 계속 "아니다"라며 밖으로 향했다. 글쓴이는 "경찰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있다가 가라"며 팔을 잡고 재차 만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욕이었다.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경찰이 도착해 남성에게 상황을 물었고 은행 직원과 글쓴이에게 설명하지 않았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남성은 "통장이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검사의 전화를 받았다"며 "은행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직원에게 돈을 넘기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다행히 돈은 아직 보내지 않았고 통장으로 입금됐다. 은행 인근 한 건물 계단에서 기다리던 직원은 보이스피싱 쪽에 돈을 전달하는 아르바이트, 퀵 알바였다"고 썼다.

이어 "20분 남짓한 시간에 1400만 원 정도 당할 뻔한 걸 막아줬다"며 "나중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저씨가 전화를 받더니 연신 고맙다고 한다. 이래서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하나보다"라고 했다.

네티즌들은 "정말 다행이다. 한 집안을 살렸다", "TV 보며 항상 저걸 당하냐고 생각하면서도 당할 뻔한다", "보이스피싱은 알고도 당한다. 그 순간이 오지 않으면 모른다. 진짜 잘 대처했다", "어르신들은 잘 모를 수 있으니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신종 수법이 나올 때마다 경각심을 가지도록 하는 게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는 3만여 건, 피해금액은 7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 기관이라며 본인과 가족 등의 개인정보를 줄줄 읊는 전형적인 수법부터 가족인 척 메시지를 보내 계좌를 털어가는 메신저 피싱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 예방 기술을 따라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으로 인해 피해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은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특별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고 4개월간 관련 범죄조직 소탕에 나섰다. 또 대검찰청은 은행연합회와 함께 통장이나 카드 없이 자동화기기를 통해 특정계좌로 돈을 보내는 '무매체 입금 거래'시 보이스피싱 가담자 대상의 경고 메시지가 전시되도록 하고, 메시지 열람을 전제조건으로 다음 거래단계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