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열라면’에 순두부를 넣어 먹는 이색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뚜기 제공
오뚜기 ‘열라면’에 순두부를 넣어 먹는 이색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뚜기 제공
‘국민 음식’ 라면이 변화와 혁신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새바람을 이끄는 것은 오뚜기다. 오뚜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위축에도 차별화한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대표 제품인 라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이색 레시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인기 제품인 ‘열라면’에 순두부를 넣어 조리하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1996년 처음 선보인 열라면은 매운맛을 측정하는 기준인 스코빌 지수가 5013SHU에 달하는 얼큰한 국물라면이다.

매운맛 마니아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열라면의 역주행은 지난해 시작됐다. 배경으로는 순두부 열라면 레시피의 폭발적인 인기를 꼽을 수 있다. 열라면 반 개에 순두부 반 모, 계란, 다진 마늘, 후추를 첨가하는 이 레시피는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최근에도 ‘한 번 먹고 중독돼 계속 만들어 먹게 된다’ ‘이 맛에 반해 열라면을 잔뜩 사놨다’ 등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열라면의 매출도 껑충 뛰었다. 올해 상반기 열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수년 동안 2조원대 안팎에 머무르며 정체를 겪고 있는 라면 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다. 오뚜기 봉지면 제품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매출이 늘었다.

오뚜기 용기면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올해 9월 이후 생산된 오뚜기 컵라면 패키지를 살펴보면 기존에 없던 검은 줄이 눈에 띈다. 시각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식품업계 최초로 컵라면에 표기한 점자다. 올초 오뚜기는 ‘시각장애인들이 식별하기 힘든 컵라면의 물 붓는 선 표기를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품 개선에 나섰다.

오뚜기는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지난 3월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제품명과 물 붓는 선의 점자 표기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점자 삽입을 검토했다. 이후 해당 설문 결과를 토대로 패키지 디자인 샘플을 제작한 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점자의 위치와 내용 등을 정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의 위치를 더욱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점자의 배경은 검은색으로,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한 것이 특징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점자 적용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취식 편의성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해 라면에 색다른 재료를 접목하거나 기존 제품을 조합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쇠고기미역국 라면’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이후 비건 트렌드를 겨냥한 채식 라면 ‘채황’, 시원하고 칼칼한 ‘북엇국라면’ 등 타깃층을 세분화한 이색 라면들을 선보였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