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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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받아들여 하급심에서 잘못 선고된 집행유예 판결을 정정했다.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때 선고할 수 있는 집행유예를 벌금 600만원과 함께 선고한 건 판결 오류라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기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벌금 6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에서 집행유예 부분을 파기했다고 10일 밝혔다.

축산물 유통업 종사자인 A씨는 2017~2018년 빚더미에 앉은 상태로 삼겹살 등 축산물 2억1000여만원어치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이듬해 1심은 A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하면서 형 집행을 2년 유예했다.

집행유예의 요건을 규정하는 형법 62조에 따르면 법원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때 범행 동기 등 전후 사정을 참작해 집행을 1~5년 유예할 수 있다.

당시 A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부과한 재판부는 기망의 정도가 미약하고 민사재판에서 조정이 성립했으며 A씨에게 전과가 없다는 등 이유를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유지해 벌금 6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은 확정됐다.

뒤늦게 이 선고가 집행유예 기준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파악한 대검찰청은 형 확정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비상상고는 형사 판결이 확정된 뒤 판결에 위법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당시 이를 신청한 건 윤석열 총장이었다.

대법원은 “원 판결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에 대해 벌금 600만원을 선고하면서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었다”며 “심판이 법령을 위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집행유예는 사라졌으나 A씨는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는 판결을 수정하면서 피고인이 종전보다 불리해지게 하는 효력을 적용하지 않는 비상상고의 원칙 때문이다. A씨의 경우 애초 집행유예 때문에 벌금을 내지 않았으니 그 집행유예를 없앤다고 해서 도로 벌금을 내게 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대법원은 비상상고로 판결을 바로잡을 때 원래의 잘못된 판결로 피고인이 불이익을 당했다면 대법원이 제대로 된 형을 다시 선고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류 부분만 파기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