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로 건설을 통해 에너지 공급난과 탄소 중립이라는 당면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한 대국민 담화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탄소 중립이란 2050년까지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목표를 말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에너지비용을 지불하고 싶다면 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체적으로 추가 세부 사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마크롱 정부는 최대 6개의 새 가압수형 원자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 EDF가 이미 올해 초 신규 원자로 6개를 건설하는 계획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프랑스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원전 강대국이다. 전체 에너지원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한다.

다만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열풍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도 취임 이후 "2035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50%까지 줄이고, 원전 14곳을 폐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2007년 착공에 들어간 노르망디 플라망빌의 3세대 가압수형 원자로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겠다고도 했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들어 러시아발 천연가스 수입 문제 등으로 유럽 에너지 대란이 심각해지자 프랑스 정부 내에서도 원전에 대한 온도차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달 12일에는 '프랑스 2030'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10억유로(약 1조369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