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렸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다시 대규모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뜨거웠던 증시가 주춤하자 고배당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는 리츠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NH올원리츠는 지난 4~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10조6569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지난 8월 SK리츠(19조2556억원)에 이어 또 한 번 리츠 공모에 1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디앤디플랫폼리츠(1조5939억원)까지 합하면 올해 IPO에 나선 리츠 세 곳에만 31조5064원이 쏟아졌다. SK리츠는 국내 리츠 일반청약 사상 최대 증거금과 최고 경쟁률(552 대 1)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리츠 일반청약에 연이어 조(兆) 단위 증거금이 유입된 것은 NH프라임리츠(7조7499억원)과 롯데리츠(4조7610억원)가 상장한 2019년 4분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해엔 ESR켄달스퀘어(3.3 대 1) 이지스레지던스리츠(2.5 대 1) 코람코에너지리츠(1.5 대 1) 제이알글로벌리츠(0.2 대 1) 등 일반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나 소수점에 그친 리츠가 속출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폭락했던 증시가 가파르게 뛰어오르는 과정에서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등 성장주에 자금이 쏠린 여파가 컸다. 당시 공모가격(5000원) 밑으로 떨어진 리츠가 적지 않았을 정도로 투자심리는 냉각됐었다.

1년 넘게 이어진 증시 상승세가 꺾인 것이 리츠 투자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00선까지 주저앉은 코스피지수는 한 달여간 3000선을 넘나들며 뚜렷한 방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과 금리 인상 본격화로 증시 주변 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비교적 주가 변동 폭이 작으면서 배당수익률은 높은 리츠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요 리츠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코람코에너지리츠(올 들어 10일까지 주가 상승률 40.6%)와 ESR켄달스퀘어리츠(28.0%) 이지스밸류리츠(23.9%) 등 일부 리츠는 올 들어 수직으로 뛰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공모가격인 5000원 수준에서 리츠를 매입하면 손실이 볼 가능성이 꽤 낮다”며 “적잖은 투자자가 연 5~7%의 배당수익과 함께 시세차익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리츠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츠가 2년만에 다시 전성기를 맞으면서 당분간 리츠들의 증시 입성이 줄을 이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물류센터들을 담아 만든 ‘미래에셋글로벌리츠’와 서부티엔디가 쇼핑몰과 호텔을 묶어 준비한 ‘신한서부티엔디리츠’가 다음달 IPO를 앞두고 있다. 이들에 이어 국내외 물류센터와 사무용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 북미 12개 데이터센터에 간접투자하는 ‘이지스하나글로벌’,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을 자산으로 담은 ‘코람코더원’ 등이 내년 상장을 노리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