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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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딸이니까~"

대한민국의 맏딸 이른바 'K-장녀'들이 가정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K-장녀는 Korea(한국)의 앞글자 K와 장녀를 합친 신조어로, 가부장제 아래 살아온 일부 장녀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단어다.

왜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한국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전통적인 가부장제로 인해 일부 장녀들이 '장녀 콤플렉스'를 겪고 있다는 심리전문가의 설명이 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tvN 예능 '비밀의 정원'과 인터뷰에서 "옛말에 '장녀는 살림 밑천'이라는 말이 있다"며 "과거에 장녀는 공부도 안 시키고 공장에 가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존재였다. 그런 인식과 대우 속에서 살다 보니 장녀에게 책임감이 막중하게 부여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주제였지만, 최근 온라인상에서 장녀 콤플렉스에 관한 사연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여성은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동생이랑 저랑은 다른 집에서 살았나 봐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 A 씨는 글에서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이 딱 평범한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어서 비싼 건 시도할 엄두도 안 냈다"며 "공부 외에는 시도한 것도 없고 부모님도 굳이 권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남동생은 최근에서야 우리 집이 평범한 서민이라는 걸 알았다더라.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왜 억울한 건지, 남동생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줘서 그런 줄 몰랐다'고 했다"며 "그러면서 남동생은 '그 돈 모아서 주지. 왜 그때(어릴 때) 해줬냐'면서 부모님 탓을 하더라.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마음이 찢어졌는지 '차라도 있어야 안 꿀린다'며 차 한 대를 뽑아줬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저는 중학생 때 남자인 같은 반 친구랑 전화했다가 머리카락을 잘린 이후로 이성 관계에서도 보수적으로 되고, 막연히 나쁜 일이란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했다"며 "그런데 남동생은 중학생 때부터 여자친구 여럿 사귀고 집에 데려와 저랑 마주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제서야 '나 참 억압받고 살았구나',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구나'라는 게 느껴진다"며 "용돈도 얼마 없어서 아끼고 그거 올려달라는 말을 못 해서 방 안에서만 지냈던 중학생 때 제가 보여서 억울한 마음이 올라온다"고 했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전형적인 K-장녀"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A 씨의 사연에 공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