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충격적 물가, 7% 간다?…이단 상승한 금리, 움츠러든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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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인플레이션 충격이 뉴욕 증시를 덮쳤습니다. 사실 예상보다 더 큰 충격적 수치가 나왔습니다.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시장 예상은 하루 만에 완전히 뒤바뀌고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아침 8시 30분 발표된 10월 CPI가 전월보다 0.9%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2% 오른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6.2%는 1991년 11월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지난 9월 기록한 0.4% 상승과 5.4% 상승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0월 근원 CPI도 전월보다 0.6%, 전년 대비로는 4.6% 상승했습니다. 4.6%도 1991년 8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이것도 9월(0.2%, 4.0% 상승)보다 훨씬 높습니다.
물가가 발표된 뒤 최근 급락했던 미국 국채 금리부터 뛰기 시작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1.46%에서 1.48%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더니 시간이 갈수록 상승세가 가팔라졌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더 심각한 탓입니다. 월가에서는 몇 달 내로 물가가 7%대로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경제학자는 "10월의 근원 CPI는 단지 맛보기에 불과하다. 앞으로 몇 개월은 끔찍할 것이다. 전년 대비 근원 물가는 향후 3개월 동안 6~6.5%를 향하고 있으며 7%에 도달할 수도 있다. 나는 왜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주에 이를 경고하지 않았는지 결코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나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지금부터 1년 후에 '훨씬' 낮아질 것이라는 걸 기본 시나리오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잠재적 임금 상승으로 인해 이런 견해가 틀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NG 증권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가격 압력이 줄어들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상승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CPI는 7%도 가능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Fed의 채권 매입은 내년 1분기 종료되고 내년 하반기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알렉산더 림은 "주거비와 서비스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뜨거운 물가 압력으로 인해 노동 공급 회복 및 공급망 혼란 완화를 기다리는 Fed가 곤란함을 겪기 시작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이런 물가를 (Fed가) '일시적'이라며 계속 얕잡아보다가는 정말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PI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물가 상승이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월 대비 6.1% 증가한 게 이날 헤드라인 수치 6.2%가 나온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대부분 범주에서 뚜렷한 물가 압력이 나타났습니다. 식품은 전월 대비 0.9%, 중고차는 2.5%, 신차는 1.4%, 의료 서비스는 0.5%, 레크리에이션은 0.7% 증가했습니다. 주요 구성요소 등 전월 대비 떨어진 것은 없었고 의류만이 0%를 기록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전년 대비 6.2% 상승 폭 가운데 에너지가 1.8%포인트, 음식이 0.8%포인트, 상품(음식과 에너지 제외)이 1.7%포인트, 서비스가 1.9%포인트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월가는 특히 외식 가격이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5.3% 상승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외식비 상승 폭을 보면 임금 인상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지속적 요인인 주거비 상승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CPI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가지는 쉘터(주거비)는 한 달 만에 0.5%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거비 물가는 집값을 통상 12~18개월 후행합니다. 미국의 집값은 S&P 케이스·실러 지수를 기준으로 지난 8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달 주거비를 전년 대비로 보면 3.5% 오른 상태에 그칩니다. 앞으로도 상승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가 7% 물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건 주로 비중이 큰 주거비가 앞으로 큰 폭으로 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③ 공급망 혼란 지속으로 일시적 요인들도 또다시 뛰고 있다
'일시적' 요인인 중고차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 8, 9월 두 달 연속 전달 대비 가격이 하락했었는데 10월에 다시 2.5%나 뛴 겁니다. 공급망 혼란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숙박료도 전월 대비 1.4% 상승했습니다.
이는 가구에서도 드러납니다. 물류가 막히면서 부피가 큰 가구류 가격이 이달 0.3%, 전년 대비 12% 올랐습니다. 이는 1951년 CPI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많이 뛴 것입니다. 게다가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자꾸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12개월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5.7%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또 미국자영업자연맹(NFIB) 조사에서 향후 3개월 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인 기업 비중이 올해 8월 44로 급증해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습니다. 전날 발표됐던 10월 생산자물가지수도 8.6%나 치솟았지요. 또 지난 3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1.3% 상승해 1980년대 초반 이후 볼 수 없었던 비율로 급등했습니다. 이런 분석 속에 금리는 계속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에 일이 더 커졌습니다.
이날 실시된 25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30년물 입찰에서 수요가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낙찰 금리가 치솟은 겁니다. 발행 당시 시장금리 1.888%보다 훨씬 높은 1.940%에 낙찰이 이뤄진 것이죠. 차이가 무려 5.2bp에 달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통상 수요가 저조해도 시장금리와의 차이가 1.~1.5bp 수준에 그치는데 이날 금리 차는 기록적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솟구치면서 금리가 더 상승(채권 가격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자 수요가 주춤한 것입니다. 응찰률이 2.202배에 그쳐 지난달 2.36배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특히 해외 투자자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는 59.0%에 그쳐 지난달 70.55%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직접 수요도 15.8%에 그치면서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작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25.23%의 채권을 인수해야 했습니다.
국채 수요가 저조하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시장금리는 한 차례 더 비상했습니다. 이날 10년물은 11.7bp 급등해 1.566%에 거래를 마쳤고 30년물은 10.2bp 올라 1.923%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5년물은 15.5bp 폭등해 1.223%에 마감됐습니다.
금리가 치솟자 뉴욕 증시는 휘청댔습니다. 주요 지수는 0~1% 내림세로 출발한 뒤 내림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66%, S&P500 지수는 0.82% 떨어졌고 나스닥은 1.66% 급락했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가장 약세를 보인 것이지요. 장중 한때 S&P500 지수는 1%, 나스닥은 2%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알파벳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주가가 모두 2% 이상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주가도 1% 이상 밀렸습니다. 엔비디아와 AMD의 주가도 4% 가까이 떨어지는 등 반도체주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또 달러는 16개월 내 최고치인 94.8 부근까지 뛰었습니다. 금값은 물가 급등 소식이 전해진 뒤 온스당 30달러가량 오른 187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금리가 치솟자 상승 폭을 일부 되돌렸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CPI가 발표된 뒤 성명을 내고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게 최우선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미국인의 경제 형편을 좀먹는다"라는 겁니다.
실제 이날 노동부는 10월 평균 시간당 소득이 전달보다 0.4%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0.9%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0.5% 감소한 셈입니다. 최근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고전한 것도 휘발유 가격, 음식물 가격 등이 급등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의 큰 요인이 에너지 가격 상승 탓이라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물가하락을 위한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엔 시장 조작이나 바가지요금에 대한 단속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미국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면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81달러(3.34%) 하락한 배럴당 81.3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ING는 "4분기 경제 성장률이 연 6% 이상이고 인플레이션이 1분기까지 6% 이상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Fed가 계속 완화적 통화정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11월 FOMC에서 Fed는 '경제 전망이 변화한다면 채권 매입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빨리 채권 매입을 끝내는 게 정당화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NG는 "강한 경제 성장, 그리고 단기적으로 더 높아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Fed가 내년 1분기에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내년 하반기 최고 두 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65.1%로 예상했습니다. 전날보다 15%포인트가량 올라간 겁니다. 또 내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81.3%까지 올라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10일(현지시간) 아침 8시 30분 발표된 10월 CPI가 전월보다 0.9%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2% 오른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6.2%는 1991년 11월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지난 9월 기록한 0.4% 상승과 5.4% 상승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0월 근원 CPI도 전월보다 0.6%, 전년 대비로는 4.6% 상승했습니다. 4.6%도 1991년 8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이것도 9월(0.2%, 4.0% 상승)보다 훨씬 높습니다.
물가가 발표된 뒤 최근 급락했던 미국 국채 금리부터 뛰기 시작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1.46%에서 1.48%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더니 시간이 갈수록 상승세가 가팔라졌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더 심각한 탓입니다. 월가에서는 몇 달 내로 물가가 7%대로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경제학자는 "10월의 근원 CPI는 단지 맛보기에 불과하다. 앞으로 몇 개월은 끔찍할 것이다. 전년 대비 근원 물가는 향후 3개월 동안 6~6.5%를 향하고 있으며 7%에 도달할 수도 있다. 나는 왜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주에 이를 경고하지 않았는지 결코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나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지금부터 1년 후에 '훨씬' 낮아질 것이라는 걸 기본 시나리오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잠재적 임금 상승으로 인해 이런 견해가 틀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NG 증권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가격 압력이 줄어들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상승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CPI는 7%도 가능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Fed의 채권 매입은 내년 1분기 종료되고 내년 하반기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알렉산더 림은 "주거비와 서비스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뜨거운 물가 압력으로 인해 노동 공급 회복 및 공급망 혼란 완화를 기다리는 Fed가 곤란함을 겪기 시작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이런 물가를 (Fed가) '일시적'이라며 계속 얕잡아보다가는 정말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PI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물가 상승이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월 대비 6.1% 증가한 게 이날 헤드라인 수치 6.2%가 나온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대부분 범주에서 뚜렷한 물가 압력이 나타났습니다. 식품은 전월 대비 0.9%, 중고차는 2.5%, 신차는 1.4%, 의료 서비스는 0.5%, 레크리에이션은 0.7% 증가했습니다. 주요 구성요소 등 전월 대비 떨어진 것은 없었고 의류만이 0%를 기록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전년 대비 6.2% 상승 폭 가운데 에너지가 1.8%포인트, 음식이 0.8%포인트, 상품(음식과 에너지 제외)이 1.7%포인트, 서비스가 1.9%포인트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월가는 특히 외식 가격이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5.3% 상승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외식비 상승 폭을 보면 임금 인상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지속적 요인인 주거비 상승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CPI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가지는 쉘터(주거비)는 한 달 만에 0.5%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거비 물가는 집값을 통상 12~18개월 후행합니다. 미국의 집값은 S&P 케이스·실러 지수를 기준으로 지난 8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달 주거비를 전년 대비로 보면 3.5% 오른 상태에 그칩니다. 앞으로도 상승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가 7% 물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건 주로 비중이 큰 주거비가 앞으로 큰 폭으로 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③ 공급망 혼란 지속으로 일시적 요인들도 또다시 뛰고 있다
'일시적' 요인인 중고차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 8, 9월 두 달 연속 전달 대비 가격이 하락했었는데 10월에 다시 2.5%나 뛴 겁니다. 공급망 혼란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숙박료도 전월 대비 1.4% 상승했습니다.
이는 가구에서도 드러납니다. 물류가 막히면서 부피가 큰 가구류 가격이 이달 0.3%, 전년 대비 12% 올랐습니다. 이는 1951년 CPI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많이 뛴 것입니다. 게다가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자꾸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12개월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5.7%에 달했습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또 미국자영업자연맹(NFIB) 조사에서 향후 3개월 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인 기업 비중이 올해 8월 44로 급증해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습니다. 전날 발표됐던 10월 생산자물가지수도 8.6%나 치솟았지요. 또 지난 3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1.3% 상승해 1980년대 초반 이후 볼 수 없었던 비율로 급등했습니다. 이런 분석 속에 금리는 계속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에 일이 더 커졌습니다.
이날 실시된 25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30년물 입찰에서 수요가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낙찰 금리가 치솟은 겁니다. 발행 당시 시장금리 1.888%보다 훨씬 높은 1.940%에 낙찰이 이뤄진 것이죠. 차이가 무려 5.2bp에 달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통상 수요가 저조해도 시장금리와의 차이가 1.~1.5bp 수준에 그치는데 이날 금리 차는 기록적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솟구치면서 금리가 더 상승(채권 가격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자 수요가 주춤한 것입니다. 응찰률이 2.202배에 그쳐 지난달 2.36배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특히 해외 투자자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는 59.0%에 그쳐 지난달 70.55%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직접 수요도 15.8%에 그치면서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작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25.23%의 채권을 인수해야 했습니다.
국채 수요가 저조하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시장금리는 한 차례 더 비상했습니다. 이날 10년물은 11.7bp 급등해 1.566%에 거래를 마쳤고 30년물은 10.2bp 올라 1.923%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5년물은 15.5bp 폭등해 1.223%에 마감됐습니다.
금리가 치솟자 뉴욕 증시는 휘청댔습니다. 주요 지수는 0~1% 내림세로 출발한 뒤 내림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66%, S&P500 지수는 0.82% 떨어졌고 나스닥은 1.66% 급락했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가장 약세를 보인 것이지요. 장중 한때 S&P500 지수는 1%, 나스닥은 2%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알파벳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주가가 모두 2% 이상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주가도 1% 이상 밀렸습니다. 엔비디아와 AMD의 주가도 4% 가까이 떨어지는 등 반도체주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또 달러는 16개월 내 최고치인 94.8 부근까지 뛰었습니다. 금값은 물가 급등 소식이 전해진 뒤 온스당 30달러가량 오른 187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금리가 치솟자 상승 폭을 일부 되돌렸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CPI가 발표된 뒤 성명을 내고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게 최우선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미국인의 경제 형편을 좀먹는다"라는 겁니다.
실제 이날 노동부는 10월 평균 시간당 소득이 전달보다 0.4%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0.9%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0.5% 감소한 셈입니다. 최근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고전한 것도 휘발유 가격, 음식물 가격 등이 급등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의 큰 요인이 에너지 가격 상승 탓이라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물가하락을 위한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엔 시장 조작이나 바가지요금에 대한 단속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미국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면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81달러(3.34%) 하락한 배럴당 81.3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ING는 "4분기 경제 성장률이 연 6% 이상이고 인플레이션이 1분기까지 6% 이상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Fed가 계속 완화적 통화정책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11월 FOMC에서 Fed는 '경제 전망이 변화한다면 채권 매입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빨리 채권 매입을 끝내는 게 정당화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NG는 "강한 경제 성장, 그리고 단기적으로 더 높아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Fed가 내년 1분기에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내년 하반기 최고 두 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65.1%로 예상했습니다. 전날보다 15%포인트가량 올라간 겁니다. 또 내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81.3%까지 올라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