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높은 사람이 차별받는 이상한 나라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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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111/ZA.28018324.1.jpg)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가 심해지면서 신용관리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대출규제로 인해 신용이 좋은 사람이 낮은 금리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한도가 높은 고신용자 대출을 줄이면서 각종 우대금리를 폐지하거나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의 우수 고객(1~2등급) 금리는 한달 새 많이 오른데 반해 신용이 떨어지는 고객(3~4등급)의 금리는 오히려 내렸습니다. 이렇다 보니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신협, 농협 등 상호금융회사 보다 높은 비정상적인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은 신용 사회입니다. Credit Score(신용점수)라고 불리는 신용도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신용점수는 0~850점까지인데 720점이 넘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신용도가 낮으면 차량이나 가구 등 가격이 큰 물품 구매시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고 설사 가능하더라도 차량 파이낸스나 리스 이자가 많이 올라갑니다. 미국의 신용카드는 한국의 신용카드 들과는 다르게 엄청난 혜택이 있습니다. 단, 신용도가 없으면 신용카드 발급이 거절됩니다. 심지어 신용정보 회사에서 신용카드, 대출, 신용정보 조회 등을 진행(inquiry)하는 사례가 많을수록 신용은 떨어지게 됩니다.
주거문제에 있어서는 신용도로 인해 더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신용도에 따라 개인이 거주할 수 있는 옵션에도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신규 아파트나 콤플렉스(단지형)의 경우는 반드시 신용 확인을 거칩니다. 신용도가 낮다면 credit screening을 하지 않거나 현금만 받는 개인주택의 일부를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도를 높이는 것은 몇 주나 몇 달에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삶이 마감되는 순간까지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개인의 재무 성적표입니다.
장의 반발이 커지자 한발 물러선 전세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대출규제를 통해 주택수요를 줄여보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도는 일견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원칙 없는 규제는 시장의 왜곡을 통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규제의 역설도 이해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