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한경DB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한경DB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달아 오르고 있지만,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의 판매 실적은 아직까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 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담대 판매건수는 전날까지 90건(약 183억5000만원)에 그쳤다. 지난 7월 은행권에 출시됐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시중은행의 전체 주담대 잔액이 500조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금리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금리 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변동금리를 이용하는 차주는 현재 사용하는 대출 금리에 최대 0.2%포인트를 추가 금리로 더하면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신규 차주도 산출된 변동금리에 0.2%포인트 추가 금리를 더해서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쓸 수 있다.

즉, 차주 입장에선 최대 0.95%포인트 금리 상승을 예상해야 하는 구조다. 시중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올라가야 가입한 차주가 이득을 보게 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에 3~4번 올라야 1%포인트가 오르는 만큼, 초기 가산금리가 더해지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시중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점도 금리상한형 주담대 이용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이 기준금리는 대출의 기준이 되는 수치로,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반영된다.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대출 관리 비용과 업무 원가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실제로 코픽스(신규 취급액)은 지난 7월 0.92%에서 10월 1.16%로 0.24%포인트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대출 금리는 1%나 가까이 올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은행들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지속해서 올린 영향이다.

다만 은행권은 한국은행이 이번달에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 상품에 관심을 두는 차주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내 주담대 금리(혼합형)이 연 6%대에 육박할 수 있는 만큼 금리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달 초 시중은행의 혼합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7~5.377%를 기록했고,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규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3.31~4.814%로 5%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7월까지 상품 운영결과를 살펴본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