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재의 자본시장 OVERVIEW] 바이오 투자 전문회사 바로 알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 홍순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상무
신생 바이오 기업이 갖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자금 마련이다. 창업에 필요한 각종 비용과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대려면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투자자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투자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초기 창업자들이 적지 않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면 반드시 이긴다고 했다.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 등 투자회사들의 차이점과 활용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선진국 수준으로 잘 짜여 있다. 엔젤투자자를 비롯해 액셀러레이터(AC),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VC 등이 활발하게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차이점은 투자 대상기업이 어느 수준의 성장 단계에 있을 때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
엔젤투자자는 기업 설립 직후에 투자하는 개인 또는 조합을 말한다. 통상 창업자와 친분이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돈 많은 개인이 수천만~수억 원을 투자하고 기술개발과 회사 설립 전반에 대해 조언해준다. 물론 그 대가로 투자한 회사의 지분을 받는다.
설립 초기엔 AC와 TIPS가 유용
법인 설립 후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AC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AC는 ‘창업 생태계의 산파’ 같은 존재다. 사무공간을 내주고 사업자금을 지원하며 각종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이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금액은 5000만~1억 원 수준이다.
최근 들어선 대기업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AC는 사업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업을 주로 펼친다. AC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비교분석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 2021년 8월 말 기준 등록 AC는 총 339개. 이들에 대한 정보는 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팁스는 민관 합동 기술창업 지원사업이다. 민간이 세계무대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잠재기업을 발굴하면 정부가 R&D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보통 AC, VC, 대기업 등이 운영을 맡으면서 1억~5억 원 안팎을 투자한다. 그러면 정부가 5억 원 이내에서 R&D 비용을 지원한다. 사업 성공 시 정부 지원 출연료의 10%만 상환하면 된다.
초기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유치와 함께 상환부담이 적은 정부자금을 받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다만 팁스 프로그램을 활용하려면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요건에 맞아야 하고, 회사의 재무 투명성도 확보돼야 한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지원대상은 오른쪽 표를 참조하면 된다.
성장단계 투자파트너는 VC와 PEF
VC는 초기기업이 ‘스케일 업(scale up)’하는 단계에서 투자한다. 전임상에 성공해 임상단계로 넘어가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VC 투자유치를 노려야 한다. 2021년 9월 기준 등록된 VC는 184개, 이들이 운영하는 자산규모는 37조3100억 원에 달한다. 요즘에는 상당수 VC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최소 1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을 담고 있다.
VC의 업종별 투자비중을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25.9%로 가장 높고 바이오·의료가 22.9%로 뒤를 이었다.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상당수 VC들은 성장성이 큰 바이오를 투자바구니에 담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VC가 약사, 의사 등 전문가를 심사역으로 채용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이 투자받을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영 참여형 투자 합자회사인 PEF는 VC와 구조는 유사하나 투자금액이 훨씬 크다. 보통 100억 원 이상 투자한다. 주로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 직전에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프리IPO’를 할 때 PEF가 돈을 태운다. 우리나라에선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2004년 5월 시행)이 도입되면서 PEF 시대가 열렸다. 연기금, 캐피털, 은행, 개인의 자금을 운용사가 맡아 특정 자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되돌려주는 구조다. 기존에는 펀드의 투자대상이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제한됐지만 간투법 시행 후 금, 원유 등 실물자산과 장외파생상품으로 확대됐다.
투자회사들은 대부분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PEF가 수익 극대화에 힘을 쏟도록 독려한다. PEF가 돈을 댄 투자자들과 미리 약정한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경우 초과수익의 20% 안팎을 성공보수로 갖도록 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PEF는 여기에 더해 투자한 금액의 1~1.5%를 관리보수로 받는다. 관리보수는 주로 운용사 인건비와 간접비 등으로 쓴다.
회사소개 자료는 10MB 넘지 말아야
투자회사를 만나 회사를 소개할 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포인트를 소개한다. 첫째, 회사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나 비교대상을 반드시 찾아보는 게 좋다. 국내외 유사기술과 비교 설명하면 우리 기술, 우리 인력의 우수성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유사기술 가운데 상장한 기업이 있다면 그 회사와의 비교 우위를 소개하면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다.
둘째, 발표자료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각종 그래픽 자료와 사진, 동영상이 포함된 자료의 용량은 통상 수백 메가바이트(MB)에 달한다. 투자자 이메일로 전송하면 잘 열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일반적인 회사소개 자료는 가능한 한 10MB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셋째, 주요 인력의 학력과 이력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출신 학교보다는 기술력과 상용화 가능성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저자 소개>
홍순재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KDB산업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이슬람채권 발행 업무와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에서 상무로 재직 중이다. 기업 M&A와 투자유치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엔젤투자자는 기업 설립 직후에 투자하는 개인 또는 조합을 말한다. 통상 창업자와 친분이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돈 많은 개인이 수천만~수억 원을 투자하고 기술개발과 회사 설립 전반에 대해 조언해준다. 물론 그 대가로 투자한 회사의 지분을 받는다.
설립 초기엔 AC와 TIPS가 유용
법인 설립 후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AC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AC는 ‘창업 생태계의 산파’ 같은 존재다. 사무공간을 내주고 사업자금을 지원하며 각종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이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금액은 5000만~1억 원 수준이다.
최근 들어선 대기업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AC는 사업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업을 주로 펼친다. AC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비교분석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 2021년 8월 말 기준 등록 AC는 총 339개. 이들에 대한 정보는 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팁스는 민관 합동 기술창업 지원사업이다. 민간이 세계무대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잠재기업을 발굴하면 정부가 R&D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보통 AC, VC, 대기업 등이 운영을 맡으면서 1억~5억 원 안팎을 투자한다. 그러면 정부가 5억 원 이내에서 R&D 비용을 지원한다. 사업 성공 시 정부 지원 출연료의 10%만 상환하면 된다.
초기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유치와 함께 상환부담이 적은 정부자금을 받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다만 팁스 프로그램을 활용하려면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요건에 맞아야 하고, 회사의 재무 투명성도 확보돼야 한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지원대상은 오른쪽 표를 참조하면 된다.
성장단계 투자파트너는 VC와 PEF
VC는 초기기업이 ‘스케일 업(scale up)’하는 단계에서 투자한다. 전임상에 성공해 임상단계로 넘어가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VC 투자유치를 노려야 한다. 2021년 9월 기준 등록된 VC는 184개, 이들이 운영하는 자산규모는 37조3100억 원에 달한다. 요즘에는 상당수 VC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최소 1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을 담고 있다.
VC의 업종별 투자비중을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25.9%로 가장 높고 바이오·의료가 22.9%로 뒤를 이었다.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상당수 VC들은 성장성이 큰 바이오를 투자바구니에 담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VC가 약사, 의사 등 전문가를 심사역으로 채용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이 투자받을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영 참여형 투자 합자회사인 PEF는 VC와 구조는 유사하나 투자금액이 훨씬 크다. 보통 100억 원 이상 투자한다. 주로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 직전에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프리IPO’를 할 때 PEF가 돈을 태운다. 우리나라에선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2004년 5월 시행)이 도입되면서 PEF 시대가 열렸다. 연기금, 캐피털, 은행, 개인의 자금을 운용사가 맡아 특정 자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되돌려주는 구조다. 기존에는 펀드의 투자대상이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제한됐지만 간투법 시행 후 금, 원유 등 실물자산과 장외파생상품으로 확대됐다.
투자회사들은 대부분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PEF가 수익 극대화에 힘을 쏟도록 독려한다. PEF가 돈을 댄 투자자들과 미리 약정한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경우 초과수익의 20% 안팎을 성공보수로 갖도록 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PEF는 여기에 더해 투자한 금액의 1~1.5%를 관리보수로 받는다. 관리보수는 주로 운용사 인건비와 간접비 등으로 쓴다.
회사소개 자료는 10MB 넘지 말아야
투자회사를 만나 회사를 소개할 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포인트를 소개한다. 첫째, 회사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나 비교대상을 반드시 찾아보는 게 좋다. 국내외 유사기술과 비교 설명하면 우리 기술, 우리 인력의 우수성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유사기술 가운데 상장한 기업이 있다면 그 회사와의 비교 우위를 소개하면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다.
둘째, 발표자료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각종 그래픽 자료와 사진, 동영상이 포함된 자료의 용량은 통상 수백 메가바이트(MB)에 달한다. 투자자 이메일로 전송하면 잘 열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일반적인 회사소개 자료는 가능한 한 10MB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셋째, 주요 인력의 학력과 이력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출신 학교보다는 기술력과 상용화 가능성에 투자자들은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저자 소개>
홍순재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KDB산업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이슬람채권 발행 업무와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에서 상무로 재직 중이다. 기업 M&A와 투자유치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