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득점'·이준석 '실점'·김종인 '똥볼' [좌동욱 반장의 여의도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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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썽사나운 선거 캠프 알력
윤석열, 새정치 하겠다면 새술을 담아라
윤석열, 새정치 하겠다면 새술을 담아라
지난 10일 서울 광진동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 인재포럼 VIP 간담회. 두 후보가 양당 대표 주자가 된 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자리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좌중을 흔들고 다녔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어색했고, 대화는 종종 끊겼다. 카메라 앞에선 “정치인은 이런 자리에선 친하게 보여야 한다”는 조언을 이 후보에게 들었다.
그렇다고 ‘정치초보’ 윤 후보가 이 후보 기세에 마냥 눌리진 않았다.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건넨 첫 마디는 “20여 년 전 성남 법정에서 자주 뵙던 사이”라는 인사말이었다. ‘대장동 게이트’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한 ‘선공’이다. 국민들은 정치적 경륜, 화려한 언변을 보고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는다. 경선 과정에서 잦은 말실수와 경험 부족에도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엔 그의 강직함과 솔직함, 리더십에 기대를 품는 국민들이 있어서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런 국민들의 기대와 따로 노는 것 같다. 대선 캠프 자리를 놓고 이준석 당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캠프 측을 연일 압박한다. 기존 캠프의 일부 인사들을 겨냥 ‘파리떼’ ‘자리사냥꾼’ ‘하이에나’ 등 거친 발언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적 쇄신을 하라는 메시지다. 이 대표는 11일에도 “김종인이 과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냈다”고 김 전 위원장을 두둔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김 전 위원장에게 캠프 운영의 전권을 주고 모셔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종인이 또 대선 전면에 나서야 하나”는 거부감도 적지 않다. 다수의 당내 의원은 “김종인이 이번 대선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전권을 줄 필요는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과거 대선에서 본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때 대선 후보와 마찰을 빚었던 사례들도 거론된다.
최근 당내에서 재조명을 받는 인사는 권성동 의원이다. 경선 당시 캠프 ‘넘버 2’인 총괄지원본부장이었던 권 의원의 역할에 대해 당 안팎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권 의원이 경선 승리의 주역이라는 사실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없다. 당내 의원들은 “격을 따지는 권 의원이 비서실장을 군말없이 수용하는 것에 놀란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권 의원은 윤 후보와 친구사이긴 하지만 4선 중진의 정치 대선배. 검찰 기수로 따져도 윤 후보가 9년 후배다. 권 의원도 사석에선 “면이 서지 않는다”며 싫은 기색을 비친다고 한다. 그런 그가 군말없이 비서실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당장의 자리보다 정권교체의 대의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선대위 구성은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 이미 정답이 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①당 중심 운영 ②중도확장 지향 ③특정 세력 주도 금지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상식적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선거 운영 전권을 주는 것은 세 번째 원칙에 맞지 않다.
김 전위원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의 경륜과 정치감각은 야권 승리에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비대위 시절처럼 김 전 위원장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인사들이 많다. 반면 “윤석열이 표방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 줄 인물들을 적극 기용해야 한다”(장성민 전 의원)는 의견엔 저절로 귀가 기울여 진다. 이 대표가 그런 역할을 담당할 상징적인 인사다. 다만 내부 통합을 우선해야 할 시기 내부 총질에 무게를 두는 듯한 이 대표의 잇단 발언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에선 어떤 식으로 선을 긋더라도 파리떼와 하이에나는 몰리게 마련이다. 권력의 속성이다. 대선을 치러본 인사들은 “외연을 넓히되 전략·메시지·공보 등 핵심 보직에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기용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권영세 의원의 중용에 대해 반대하는 당내 의견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곰곰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많은 야권 인사들이 자리를 둘러싼 내부 알력이 지속될 경우 애써 쌓아온 컨벤션 효과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시작될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도 쉽지 않은 대선 과제다. 벌써부터 정권교체를 자신하고 자리싸움을 하는 건 때이른 축배가 될 수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그렇다고 ‘정치초보’ 윤 후보가 이 후보 기세에 마냥 눌리진 않았다.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건넨 첫 마디는 “20여 년 전 성남 법정에서 자주 뵙던 사이”라는 인사말이었다. ‘대장동 게이트’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한 ‘선공’이다. 국민들은 정치적 경륜, 화려한 언변을 보고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는다. 경선 과정에서 잦은 말실수와 경험 부족에도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엔 그의 강직함과 솔직함, 리더십에 기대를 품는 국민들이 있어서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런 국민들의 기대와 따로 노는 것 같다. 대선 캠프 자리를 놓고 이준석 당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캠프 측을 연일 압박한다. 기존 캠프의 일부 인사들을 겨냥 ‘파리떼’ ‘자리사냥꾼’ ‘하이에나’ 등 거친 발언들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적 쇄신을 하라는 메시지다. 이 대표는 11일에도 “김종인이 과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냈다”고 김 전 위원장을 두둔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김 전 위원장에게 캠프 운영의 전권을 주고 모셔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종인이 또 대선 전면에 나서야 하나”는 거부감도 적지 않다. 다수의 당내 의원은 “김종인이 이번 대선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전권을 줄 필요는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과거 대선에서 본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때 대선 후보와 마찰을 빚었던 사례들도 거론된다.
최근 당내에서 재조명을 받는 인사는 권성동 의원이다. 경선 당시 캠프 ‘넘버 2’인 총괄지원본부장이었던 권 의원의 역할에 대해 당 안팎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권 의원이 경선 승리의 주역이라는 사실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없다. 당내 의원들은 “격을 따지는 권 의원이 비서실장을 군말없이 수용하는 것에 놀란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권 의원은 윤 후보와 친구사이긴 하지만 4선 중진의 정치 대선배. 검찰 기수로 따져도 윤 후보가 9년 후배다. 권 의원도 사석에선 “면이 서지 않는다”며 싫은 기색을 비친다고 한다. 그런 그가 군말없이 비서실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당장의 자리보다 정권교체의 대의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선대위 구성은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 이미 정답이 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①당 중심 운영 ②중도확장 지향 ③특정 세력 주도 금지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상식적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선거 운영 전권을 주는 것은 세 번째 원칙에 맞지 않다.
김 전위원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의 경륜과 정치감각은 야권 승리에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비대위 시절처럼 김 전 위원장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인사들이 많다. 반면 “윤석열이 표방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 줄 인물들을 적극 기용해야 한다”(장성민 전 의원)는 의견엔 저절로 귀가 기울여 진다. 이 대표가 그런 역할을 담당할 상징적인 인사다. 다만 내부 통합을 우선해야 할 시기 내부 총질에 무게를 두는 듯한 이 대표의 잇단 발언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에선 어떤 식으로 선을 긋더라도 파리떼와 하이에나는 몰리게 마련이다. 권력의 속성이다. 대선을 치러본 인사들은 “외연을 넓히되 전략·메시지·공보 등 핵심 보직에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기용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권영세 의원의 중용에 대해 반대하는 당내 의견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곰곰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많은 야권 인사들이 자리를 둘러싼 내부 알력이 지속될 경우 애써 쌓아온 컨벤션 효과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시작될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도 쉽지 않은 대선 과제다. 벌써부터 정권교체를 자신하고 자리싸움을 하는 건 때이른 축배가 될 수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