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바로 기후변화의 시대다. 기후변화야말로 생태적 대참사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다. 세계는 10년마다 0.2도씩 더워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기후변화가 ‘대(great)’가 붙어야 할 정도로 유난히 심했다. 북미 지역은 대폭염, 중남미 지역은 대가뭄, 아시아 지역은 대태풍, 유럽 지역은 대홍수, 아프리카 지역은 대사막화 등으로 전 세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세계경제의 근본적인 틀을 흔들어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제 주체들이 지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이익을 추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노출된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 개념인 반(反)이상향)가 이제는 인내할 수 있는 선을 넘으면서, 이제 지구를 보호하는 쪽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각국의 산업정책과 기업경영 기조도 바뀌는 분위기다. 기본 틀이 전환되는 과도기 단계에서 각종 병목과 불일치 현상으로 인한 새로운 현안도 속속 대두되고 있다.

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세계경제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재현이다. 원유, 희토류, 금, 면화 등 국제원자재뿐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부품에 이르기까지 각국이 무기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공급 쥐어짜기 충격(3S·Supply Squeeze Shock)’이라는 신(新)용어가 나올 만큼 세계가치사슬이 무너지고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가 둔화하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국민경제 입장에서는 소득이 줄어드는 속에 물가가 오름에 따라 경제고통지수가 빠르게 높아진다는 점 때문이다. 정책 대응 면에서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총수요를 늘리면 물가가 앙등(騰)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총수요를 줄이면 경기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 국면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정책수단을 소진한 여건에서는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COP26을 계기로 기후변화협약을 윤리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시각이 다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공간에 의해 피해와 혜택이 분리되고 가장 취약한 계층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사망사고 등 재앙이 된다는 점이다. 지구적 환경문제는 이를 야기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과 공간적·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취약계층 덮칠 기후변화
지난 여름 북반구 지역에 찾아온 이상기온은 지구 환경문제의 이런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들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가난한 국가들이다. 윤리학 이론들은 식물, 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책임에 관해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윤리체계가 엄격히 금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윤리적 문제로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영향이 재앙으로 닥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기후변화는 인명과 건강, 지속적인 삶을 위한 자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생물과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 피해는 질병, 가뭄, 홍수, 태풍에 의한 사망, 해수면 상승, 강력한 태풍, 농업에 대한 악영향, 질병의 다양화, 식량과 부족, 삶의 터전 상실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제는 광범위한 지역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따라 그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어떤 이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영향을 미치며 윤리적 책임은 해당 행위가 초래한 피해량에 비례한다. 자원개발을 놓고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울타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왔다.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윤리적 의무감을 갖고 타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자국민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이산화탄소를 대체할 에너지원 ‘바이오매스’
대책 차원에서 각국 정부는 ‘그린 성장’을, 기업은 ‘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는 일이 그 어느 과제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청정형’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에너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은 ‘그린 성장’, 미국은 ‘아폴로 프로젝트’, 일본은 ‘뉴 21세기 플랜’을 추진해왔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매스(biomass) 에너지 자원에 대한 관심이 재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란 이상기온을 일으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대체할 광합성 작용 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식물성 유기체를 통칭하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가 부상하는 건,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 등은 에너지 자원을 재배 및 육성해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다. 또 바이오매스 자원은 에탄올, 디젤 등과 같은 액체연료나 메탄, 수소 등과 같은 기체연료로 변환해 석유나 가스의 대체에너지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 전 세계 국민의 보편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하나 산림조성과 토지 확보 등과 같은 재생을 위한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 또 계절에 따라 자원량이 급변해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에너지원으로서의 바이오매스 수요 꾸준히 늘 것
현재 바이오매스는 연간 2000억 톤 이상이 생성되는데 이를 모두 전력이나 열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8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이용 가능한 바이오매스는 농산물, 삼림, 해양 식물의 일부로 한정돼왔다. 앞으로 기술개발 등을 통해 관련 영역을 확대해나갈 경우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은 무궁무진하다고 관련 기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기후변화협약 시대에서 에너지원으로서의 바이오매스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을 연소시키더라도 대기 중에 방출되는 CO2는 바이오매스 육성 시 광합성에 의해 흡수되는 중립적인 에너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 에너지 자원과 관련된 단점을 보완할 경우 대체에너지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가 녹색 에너지 자원인 바이오매스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나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일본의 브릭스(BRICs) 연구소를 비롯한 중장기 예측기관 가운데 현재 세계 경제에서 중심국으로 부각되고 있는 브릭스에 이어 포스트 브릭스 국가로 인도네시아를 꼽는 기관이 의외로 많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에너지 자원 부족과 가격상승에 대처해 기존 광물자원 개발을 추진하면서 바이오매스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에도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7월에는 국가 그린에너지 개발팀을 설치하고 2025년까지 화석연료 비중 축소와 지열, 바이오매스 에너지 등의 비중을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시한을 4년 앞두고 인도네시아는 벌써부터 이 계획을 10년 연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오매스 보유국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라
앞으로 기후변화협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원전과 탈원전 추진을 놓고 논쟁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태양광, 풍력, 조력 등과 같은 대체 혹은 신재생 에너지원도 기후변화에 동반 영향을 받아 효율성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보유국과의 관계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 앞으로 유망산업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나가는 노력이 형성돼야 한다. 특히 바이오매스 산업의 특성이 현지 토착형인 만큼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안내할 경우 현지 토착화 문제를 중시해야 한다.

많은 바이오매스 에너지 보유국 가운데 지리적으로나 자원개발이나 해외자금 유치에 한국 기업을 가장 선호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일 뿐만 아니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매스 에너지 분야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저자 소개>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