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유니콘] 이중융합 면역치료 최강자 꿈꾸는 지아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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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상장 바이오벤처가 전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을 조 단위에 기술이전하는 일이 가능할까. 이중융합 단백질로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 어려운 일을 두 번이나 해냈다. 상장을 준비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1조 원에 달하는 배경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장명호 이사회 의장과 홍준호 대표, 그리고 이 회사에 투자한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 ‘GI-101’과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GI-301’이다.
GI-101은 자체 플랫폼 ‘GI-SMART’를 활용한 이중융합 단백질이다. CD80과 인터루킨(IL)-2 변이체가 면역글로불린(lg)G4로 연결돼 있다. 면역관문 단백질인 CTLA-4와 IL-2 수용체를 한꺼번에 표적하기 때문에 면역세포의 증식과 활성화 측면에서 면역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강조한다. 2019년 중국 심시어에 중국 지역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GI-301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비만 세포(mast cell) 활성화를 억제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혈중 히스타민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작년 GI-301에 대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일본 제외)를 유한양행에 넘겼다. 최근에는 신규 파이프라인 ‘GI-104’에 대한 물질특허 등록이 결정됐다. GI-104는 항LAG-3 항체를 포함한 물질이다. GI-104 역시 GI-101, GI-301과 마찬가지로 조기 기술수출을 노리고 있다.
“전임상 단계서 기술이전…원하는 데이터 제공 전략 주효”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이하 이) 데일리파트너스가 지아이이노베이션에 처음 투자한 게 2018년 10월(시리즈A)입니다. 그리고 2019년 8월 시리즈B로 후속 투자를 했어요. 정말 운 좋게 그해 11월 곧바로 중국 심시어에 핵심 파이프라인인 GI-101 기술이전을 했습니다. 이듬해 GI-301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고요. 대박이 난 셈입니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벤처로는 전무후무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비결이 있나요?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의장(이하 장) 고맙습니다. 일단 저를 포함한 지아이이노베이션 경영진은 애초부터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주 강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러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만들어 제공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해외 학회나 세미나를 다니면서 “물질을 사가고 싶은데 이러이러한 데이터를 좀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물질 자체의 우수성은 기본 전제겠지요.
이 어떤 데이터들을 요구하던가요?
장 전임상에서는 독성 테스트만 해도 규제당국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는 데 큰 문제가 없어요. 근데 우리는 이 기준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인간화 마우스, 원숭이 모델 등 다양한 전임상 데이터 요구를 받았고, 거기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인간화 마우스 실험을 한 번 하는 데 1억 원이 넘게 듭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했습니다. 조기 기술이전 의지가 강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이런 전략이 잘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임상 말씀을 하셨는데,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임상 설계가 다른 바이오벤처들과 차별화돼 있습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GI-101만 해도 단독 투여도 하고,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 렌비마(렌바티닙) 병용, 방사선 병용으로 구분이 돼 있어요. 왜 이렇게 나눈 건가요?
장 동시다발적인 임상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고, 이를 통해 품목허가와 기술이전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으로 보면 됩니다.
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GI-101 임상은 어떻게 설계돼 있나요?
장 네, GI-101 임상 개발 프로그램은 5갈래(P101, P102, P103, P201, P202)로 나눠 진행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임상 1·2상을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P101입니다. 1상과 2상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약효를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P102와 P103은 키트루다를 개발한 MSD가 아닌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현재 병용 임상 계획을 논의 중입니다. 올해 안에는 어디랑, 무슨 약과 병용할지 외부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 의장은 P101, P102, P103의 구체적인 적응증에 대해서는 외부 공개가 현재로서 어렵다고 했다.)
이 P201, P202는 어떤 임상인가요?
장 P201은 대장암, P202는 희귀암인 전이성 메켈세포암(MCC)과 육종(sarcoma)을 적응증으로 다양한 병용요법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 임상 설계가 독특하네요. 대장암과 희귀암을 따로 임상하는 이유가 뭡니까?
장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품목허가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전략 차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표적인 면역관문억제제인 머크·화이자의 아벨루맙(성분명 바벤시오)이 처음에 어떤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는 줄 아세요? 바로 MCC입니다. 아벨루맙이 희귀암 트랙을 타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3년 만에 받았습니다. MCC를 시작으로 적응증을 하나씩 확대해나간 것이죠.
우리도 P201(대장암)과 P202(희귀암)는 GI-101 안에서 적응증을 떼어내 먼저 품목허가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P201의 경우 임상 2상을 국내에서 대장암 치료를 선도하는 국내 대형병원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임상에 적용하는 심리스(seamless), 어댑티브(adaptive) 방식을 좀 소개해주세요. 국내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장 네, 국내에서는 생소한 방식이 맞아요.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도해왔던 임상 방식입니다. 심리스는 1상과 2상이 구분되지 않고 합쳐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댑티브는 임상 진행 중간에 계속해서 설계를 미세 조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하는 GI-101 임상은 여러 파트로 세분화돼 있는데 각 파트만으로도 웬만한 임상 하나가 될 겁니다.
이런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임상에 드는 속도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적응증 하나를 두고 20명에게 임상을 하다가 중간분석을 통해 예상 효능 기준을 충족하면 40명까지 확대하거나, 상대적으로 효과가 잘 안 나오는 적응증은 임상을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임상이 되는 겁니다.
이 동시다발적 임상을 진행할 만한 인력이 확보돼 있어야 하겠네요. 임상 인력은 얼마나 됩니까?
장 맞습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임상 인력이 20명입니다. 전체 인원이 84명이니까 4분의 1 정도가 임상 인력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실력도 남다릅니다. 임상팀에 의사, 의학박사, 약학박사들이 있고 미국 약학박사도 있습니다. 약사 출신도 6명 있습니다. 웬만한 대형 제약사 수준이라고 자신합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상부문장인 윤나리 상무는 한미약품 임상팀 리더 출신이다. 자문단도 화려하다. 임상 전문가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는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노바티스 스위스 본사 글로벌 임상시험 총괄과 한미약품 신약 임상개발본부장을 지낸 강자훈 루메바이오 대표 등이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상 자문단이다.)
이 아직 외부에 공개가 안 된 파이프라인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장 ‘GI-104’입니다. 10월 8일 국내에 물질특허 등록을 마친 파이프라인입니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항PD-1, 항PD-L1 항체에 이어 차세대 면역항암제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는 항LAG-3 항체를 구성물로 하고 있습니다. 항LAG-3과 사이토카인을 융합한 것이죠. 항종양 효과와 생존율에 있어서 각각의 단독 투여나 병용 투여보다 효과가 월등합니다. GI-101에 이어 면역항암제 기술이전을 노릴 수 있는 기대주입니다.
“내년 상반기… ‘유니콘 트랙’으로 전환”
이 투자자들이 관심 있는 상장(IPO) 얘기를 좀 해볼게요. 시장에서 지아이이노베이션 상장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진행 상황을 설명해주시죠.
홍준호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이하 홍) 네, 우선 상장 전략에 변화가 좀 생겼습니다. 성장성 특례상장을 위해 진행한 기술성평가는 지난 2월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아시다시피 기술성 평가기관 3곳에서 모두 ‘A’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장을 준비하던 도중 한국거래소에 이른바 ‘유니콘 특례상장’이라는 제도가 생겼어요.
현재는 전략을 바꿔서 유니콘 특례상장 트랙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가총액 우수기업에 대해 기술특례 인정 절차를 기존보다 완화해주는 제도입니다. 미래 성장가능성이 시총을 통해 어느 정도 시장에서 간접적으로 검증이 됐다고 보는 거죠. 이를 위해 기술성평가를 새로 받고 있습니다. 11월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제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인터뷰 직후인 11월 4일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이 애초 상장 예정 시점이 연말이었는데 늦춰졌네요. 자금 운용에는 차질이 없을까요? 임상도 대규모 글로벌 임상이 시작됐잖아요. 비용이 상당할 텐데요.
홍 지난 6월에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로 1603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상당한 규모죠. 사실 상장 전에 이렇게 대규모로 자금 유치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토론이 내부적으로 치열했습니다. 결론은 설명드린 바와 같고요. 저는 ‘바이오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있어야 임상도 앞당길 수 있고 하고 싶은 임상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봐요. 큰 임상을 앞두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자금 확보가 안 되면 하고 싶은 것을 못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상당히 많은 투자 자금이 몰렸어요.
홍 네, 기존 투자자에 더해 신규 투자자들이 일부 들어왔습니다. 전략적 투자자(SI)도 있고 재무적 투자자(FI)도 있지요. 투자자들이 투자 목적으로만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SI의 경우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대단한 관심이 있습니다. 면역항암제 시장이나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은 시장이 정말 큽니다. SK 같은 SI가 관심을 기울일 만하죠. 1603억 원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입니다.
이 사실 비상장 상태였고, 초기인 전임상 단계에서 굵직한 기술이전 성과를 내서 정작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을 이끌 모멘텀이 약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장 아직 기술이전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많습니다. GI-101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이 남아 있죠. 때문에 임상 결과가 나오는 2022년과 2023년에 글로벌 빅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긴밀하게 기술수출에 대해 논의를 하는 중이고요.
GI-301도 글로벌 판권을 기술이전했지만 일본은 대상 국가에서 빼놓았습니다. 알레르기 질환과 관련해서는 일본 시장이 매우 크거든요. 일본에 GI-301 기술수출 기대도 상당합니다. 내년 중 GI-102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들어가고 GI-104와 대사면역항암제인 GI-108은 전임상 단계에서 다시 한 번 글로벌 기술이전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한재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GI-101은 자체 플랫폼 ‘GI-SMART’를 활용한 이중융합 단백질이다. CD80과 인터루킨(IL)-2 변이체가 면역글로불린(lg)G4로 연결돼 있다. 면역관문 단백질인 CTLA-4와 IL-2 수용체를 한꺼번에 표적하기 때문에 면역세포의 증식과 활성화 측면에서 면역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강조한다. 2019년 중국 심시어에 중국 지역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GI-301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비만 세포(mast cell) 활성화를 억제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혈중 히스타민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작년 GI-301에 대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일본 제외)를 유한양행에 넘겼다. 최근에는 신규 파이프라인 ‘GI-104’에 대한 물질특허 등록이 결정됐다. GI-104는 항LAG-3 항체를 포함한 물질이다. GI-104 역시 GI-101, GI-301과 마찬가지로 조기 기술수출을 노리고 있다.
“전임상 단계서 기술이전…원하는 데이터 제공 전략 주효”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이하 이) 데일리파트너스가 지아이이노베이션에 처음 투자한 게 2018년 10월(시리즈A)입니다. 그리고 2019년 8월 시리즈B로 후속 투자를 했어요. 정말 운 좋게 그해 11월 곧바로 중국 심시어에 핵심 파이프라인인 GI-101 기술이전을 했습니다. 이듬해 GI-301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고요. 대박이 난 셈입니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벤처로는 전무후무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비결이 있나요?
장명호 지아이이노베이션 의장(이하 장) 고맙습니다. 일단 저를 포함한 지아이이노베이션 경영진은 애초부터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주 강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러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만들어 제공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해외 학회나 세미나를 다니면서 “물질을 사가고 싶은데 이러이러한 데이터를 좀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물질 자체의 우수성은 기본 전제겠지요.
이 어떤 데이터들을 요구하던가요?
장 전임상에서는 독성 테스트만 해도 규제당국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는 데 큰 문제가 없어요. 근데 우리는 이 기준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인간화 마우스, 원숭이 모델 등 다양한 전임상 데이터 요구를 받았고, 거기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인간화 마우스 실험을 한 번 하는 데 1억 원이 넘게 듭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했습니다. 조기 기술이전 의지가 강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이런 전략이 잘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임상 말씀을 하셨는데,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임상 설계가 다른 바이오벤처들과 차별화돼 있습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GI-101만 해도 단독 투여도 하고,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 렌비마(렌바티닙) 병용, 방사선 병용으로 구분이 돼 있어요. 왜 이렇게 나눈 건가요?
장 동시다발적인 임상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고, 이를 통해 품목허가와 기술이전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으로 보면 됩니다.
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GI-101 임상은 어떻게 설계돼 있나요?
장 네, GI-101 임상 개발 프로그램은 5갈래(P101, P102, P103, P201, P202)로 나눠 진행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임상 1·2상을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P101입니다. 1상과 2상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약효를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P102와 P103은 키트루다를 개발한 MSD가 아닌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현재 병용 임상 계획을 논의 중입니다. 올해 안에는 어디랑, 무슨 약과 병용할지 외부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 의장은 P101, P102, P103의 구체적인 적응증에 대해서는 외부 공개가 현재로서 어렵다고 했다.)
이 P201, P202는 어떤 임상인가요?
장 P201은 대장암, P202는 희귀암인 전이성 메켈세포암(MCC)과 육종(sarcoma)을 적응증으로 다양한 병용요법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 임상 설계가 독특하네요. 대장암과 희귀암을 따로 임상하는 이유가 뭡니까?
장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품목허가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전략 차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표적인 면역관문억제제인 머크·화이자의 아벨루맙(성분명 바벤시오)이 처음에 어떤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는 줄 아세요? 바로 MCC입니다. 아벨루맙이 희귀암 트랙을 타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3년 만에 받았습니다. MCC를 시작으로 적응증을 하나씩 확대해나간 것이죠.
우리도 P201(대장암)과 P202(희귀암)는 GI-101 안에서 적응증을 떼어내 먼저 품목허가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P201의 경우 임상 2상을 국내에서 대장암 치료를 선도하는 국내 대형병원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임상에 적용하는 심리스(seamless), 어댑티브(adaptive) 방식을 좀 소개해주세요. 국내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장 네, 국내에서는 생소한 방식이 맞아요.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도해왔던 임상 방식입니다. 심리스는 1상과 2상이 구분되지 않고 합쳐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댑티브는 임상 진행 중간에 계속해서 설계를 미세 조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하는 GI-101 임상은 여러 파트로 세분화돼 있는데 각 파트만으로도 웬만한 임상 하나가 될 겁니다.
이런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임상에 드는 속도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적응증 하나를 두고 20명에게 임상을 하다가 중간분석을 통해 예상 효능 기준을 충족하면 40명까지 확대하거나, 상대적으로 효과가 잘 안 나오는 적응증은 임상을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임상이 되는 겁니다.
이 동시다발적 임상을 진행할 만한 인력이 확보돼 있어야 하겠네요. 임상 인력은 얼마나 됩니까?
장 맞습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임상 인력이 20명입니다. 전체 인원이 84명이니까 4분의 1 정도가 임상 인력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실력도 남다릅니다. 임상팀에 의사, 의학박사, 약학박사들이 있고 미국 약학박사도 있습니다. 약사 출신도 6명 있습니다. 웬만한 대형 제약사 수준이라고 자신합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상부문장인 윤나리 상무는 한미약품 임상팀 리더 출신이다. 자문단도 화려하다. 임상 전문가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는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노바티스 스위스 본사 글로벌 임상시험 총괄과 한미약품 신약 임상개발본부장을 지낸 강자훈 루메바이오 대표 등이 지아이이노베이션 임상 자문단이다.)
이 아직 외부에 공개가 안 된 파이프라인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장 ‘GI-104’입니다. 10월 8일 국내에 물질특허 등록을 마친 파이프라인입니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항PD-1, 항PD-L1 항체에 이어 차세대 면역항암제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는 항LAG-3 항체를 구성물로 하고 있습니다. 항LAG-3과 사이토카인을 융합한 것이죠. 항종양 효과와 생존율에 있어서 각각의 단독 투여나 병용 투여보다 효과가 월등합니다. GI-101에 이어 면역항암제 기술이전을 노릴 수 있는 기대주입니다.
“내년 상반기… ‘유니콘 트랙’으로 전환”
이 투자자들이 관심 있는 상장(IPO) 얘기를 좀 해볼게요. 시장에서 지아이이노베이션 상장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진행 상황을 설명해주시죠.
홍준호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이하 홍) 네, 우선 상장 전략에 변화가 좀 생겼습니다. 성장성 특례상장을 위해 진행한 기술성평가는 지난 2월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아시다시피 기술성 평가기관 3곳에서 모두 ‘A’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장을 준비하던 도중 한국거래소에 이른바 ‘유니콘 특례상장’이라는 제도가 생겼어요.
현재는 전략을 바꿔서 유니콘 특례상장 트랙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가총액 우수기업에 대해 기술특례 인정 절차를 기존보다 완화해주는 제도입니다. 미래 성장가능성이 시총을 통해 어느 정도 시장에서 간접적으로 검증이 됐다고 보는 거죠. 이를 위해 기술성평가를 새로 받고 있습니다. 11월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제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인터뷰 직후인 11월 4일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이 애초 상장 예정 시점이 연말이었는데 늦춰졌네요. 자금 운용에는 차질이 없을까요? 임상도 대규모 글로벌 임상이 시작됐잖아요. 비용이 상당할 텐데요.
홍 지난 6월에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로 1603억 원을 유치했습니다. 상당한 규모죠. 사실 상장 전에 이렇게 대규모로 자금 유치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토론이 내부적으로 치열했습니다. 결론은 설명드린 바와 같고요. 저는 ‘바이오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있어야 임상도 앞당길 수 있고 하고 싶은 임상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봐요. 큰 임상을 앞두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자금 확보가 안 되면 하고 싶은 것을 못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상당히 많은 투자 자금이 몰렸어요.
홍 네, 기존 투자자에 더해 신규 투자자들이 일부 들어왔습니다. 전략적 투자자(SI)도 있고 재무적 투자자(FI)도 있지요. 투자자들이 투자 목적으로만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SI의 경우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대단한 관심이 있습니다. 면역항암제 시장이나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은 시장이 정말 큽니다. SK 같은 SI가 관심을 기울일 만하죠. 1603억 원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입니다.
이 사실 비상장 상태였고, 초기인 전임상 단계에서 굵직한 기술이전 성과를 내서 정작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을 이끌 모멘텀이 약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장 아직 기술이전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많습니다. GI-101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이 남아 있죠. 때문에 임상 결과가 나오는 2022년과 2023년에 글로벌 빅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긴밀하게 기술수출에 대해 논의를 하는 중이고요.
GI-301도 글로벌 판권을 기술이전했지만 일본은 대상 국가에서 빼놓았습니다. 알레르기 질환과 관련해서는 일본 시장이 매우 크거든요. 일본에 GI-301 기술수출 기대도 상당합니다. 내년 중 GI-102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들어가고 GI-104와 대사면역항암제인 GI-108은 전임상 단계에서 다시 한 번 글로벌 기술이전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한재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