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 / 사진=김병언 기자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 / 사진=김병언 기자
“수술실 내에서 30분이면 3D 바이오프린터를 이용해 환자의 상처 부위에 딱 맞는 초개인화 피부 재생치료패치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당뇨발 패치의 경우 국내를 포함해 여러 나라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아 즉각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는 “치료제가 없는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로킷헬스케어는 지난해 콜롬비아에서 당뇨발 재생치료패치의 시술법 승인을 받으며, 남미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터키, 인도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도는 세계적으로 당뇨발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임상 경험 살려 임상 비용↓ 안전성↑ 소재 선택
3D 바이오프린터의 핵심기술은 ‘바이오잉크’다. 로킷헬스케어는 환자의 세포외기질(ECM)이 유일한 바이오잉크다. 이런 결정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5년간 대표를 맡았던 유 대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유 대표는 당시 여러 신약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맡아 진행했다. 유 대표는 “신약이 탄생하는 데 드는 비용의 80%는 임상에 들어간다”며 “현실적으로 바이오벤처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 임상 비용이 덜 들어가면서도 안전한 소재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대다수의 3D 바이오프린터 업체들은 인공지지체(스캐폴드)에 ECM을 얹고 줄기세포를 주입해 인공장기를 개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로킷헬스케어는 과감히 줄기세포를 빼고 패치 모양 유지를 위한 동결 처리 등 최소한의 조작을 가한 ECM을 이용한다. 줄기세포가 들어가는 순간 세포치료제로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재생치료패치의 경우 환자의 상처 부위에 패치를 붙이는 시술(환자 맞춤형 정밀 자가 ECM 시술법)에 대한 승인만 받으면 된다.

유 대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피부(한국, 미국, 터키, 말레이시아, 두바이, 인도 등), 연골(이집트) 재생치료패치에 대한 임상을 진행했다”며 “이 결과를 토대로 한국, 유럽, 중동 등 여러 나라에서 시술법을 승인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바이오잉크가 단순하니 3D 프린팅을 하는 과정도 간단하다. 줄기세포를 배양하거나 여러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3D 프린팅 전문가가 아닌 의료진도 30분이면 쉽게 재생치료패치를 제작할 수 있다.

줄기세포 없이 ECM만으로 재생이 가능한 이유는 ECM 내에 성장인자 등 상처 회복을 위한 1500여 가지의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줄기세포를 상처 부위로 이끄는 ‘나팔수’ 신호전달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상처의 모양에 맞게 프린팅된 ECM 재생치료패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분해돼 사라지고, 재생된 정상 조직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유 대표는 “재생속도와 분해속도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수많은 실험을 통해 얻은 우리의 노하우”라며 “정상 조직으로 재생되는 데 당뇨발은 3~12주, 연골은 24주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2019년 인도에서 만성 당뇨발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참여자 전원에게서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에 사용되는 드레싱 제제의 재생률은 30%대에 그쳤다.

ECM의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재생 물질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창 성장을 하는 10세 미만 아이의 경우 ECM의 80%가량이 재생을 돕는 물질이지만, 60세 이상의 중장년층은 10~20%에 그친다.

로킷헬스케어는 재생 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특수 필터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중간에 필터가 있는 긴 관에 추출한 환자의 ECM을 넣고 좌우로 흔들어주면 크기, 농도 등에 따라 재생 물질이 걸러진다. 이렇게 재생 물질을 모아 ECM 내 재생 물질 비율을 60%까지 높인다. 회사는 특수 필터를 포함해 ECM을 바이오잉크화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키트로 개발했다.

유 대표는 “제작 키트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기 위한 준비과정에 있다”며 “승인을 받게 되면 의료진이 이를 이용해 간단하게 재생치료패치를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 이어 연골, 신장까지… 파이프라인 확장
로킷헬스케어의 다음 타깃은 연골과 신장이다. 연골의 경우 피부 조직과는 다르게 체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큰 강도가 필요하다. 또 뼈는 성장을 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ECM에 ‘나팔수’가 적은 편이다.

유 대표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성인이 돼서도 성장하는 뼈가 갈비뼈”라며 “조직은행을 통해 확보한 갈비뼈의 끝단에서 줄기세포를 불러오는 신호전달물질을 추출해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ECM이 시멘트라면 자갈의 역할을 하는 뼛가루를 적당히 섞어 좀 더 단단한 연골용 패치를 제작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골 재생치료패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시술법 승인을 받았고 올 연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어 내년께 국내에서 신장 재생치료 패치의 임상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시술법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신장 재생치료패치는 복부 장기를 감싸고 있는 그물막(omentum)을 이용한다. 그물막은 ECM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장기에 상처가 나면 재생을 돕는다. 만성신부전 환자의 신장 겉면에 부착해 조직 섬유화나 세뇨관 위축 등의 현상을 막는다.

유 대표는 “조직마다 바이오잉크의 성분 차이는 있지만 기본 원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확장이 용이하다”며 “올해 매출은 약 100억 원대를 예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5배가량 매출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로킷헬스케어
설립일 2012년 1월
상장 여부 비상장
주요 사업 의료용품 및 의약품 제조업

"맞춤형재생치료 글로벌 유니콘기업 IPO 앞두고 여전히 매력적"
by 임원진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

로킷헬스케어는 초기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춰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시도했고, 차별화된 실행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맞춤형 재생치료 분야에서 글로벌 1위 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로킷헬스케어의 경영전략은 해외 선진국가의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을 추진할 때 많이 보인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글로벌에서 통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