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10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했다. 거래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가까이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통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어깨를 나란히하게 됐다.

리비안은 이날 공모가 78달러보다 29.14% 오른 100.7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총은 860억달러(101조3900억원)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비안은 2014년 이후 미 증시에 상장한 어떤 기업보다도 상장하면서 많은 돈을 조달했다"며 "친환경 자동차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리비안의 시총은 포드(770억달러)를 웃돌고, GM(860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리비안이 현재까지 고객에게 인도한 차량은 전기 픽업트럭 150대에 불과하다. 반면 포드와 GM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대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신생 전기차 업체의 시총이 단숨에 GM을 따라잡았다는 지적에 대해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GM이 너무 저평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비안은 이날 공모가를 웃도는 106.75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장중 119.46달러까지 치솟았다. WSJ은 완전 희석 원칙 기준(fully diluted basis)에 따른 리비안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라고 전했다. 완전 희석 원칙 기준이란 이미 발행된 주식 수량뿐만 아니라 스톡옵션 등이 추후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까지 합산해 계산하는 방법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비안의 기업공개(IPO)는 올해 미국 등 전 세계 주식시장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미국 거래소를 기준으로 하면 역대 6번째로 크다. 리비안의 공모가 기준 자본조달 금액은 약 120억달러다. 로이터통신은 "뉴욕 월가의 기관투자가들은 테슬라가 지배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리비안이 그다음 빅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비안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로버트 스캐린지 CEO가 2009년 설립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아마존, 포드 등으로부터 약 10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아마존은 리비안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리비안 상장에 따른 보유 지분 가치는 170억 달러다. 포드는 100억 달러 이상 가치의 리비안 지분 12%를 보유 중이다.

리비안은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20억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전기차 픽업트럭 R1T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수익화에 나섰다. 다음 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도 선보일 계획이다. 리비안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최소 100만대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으며 일리노이주 조립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

성차별과 부당해고를 둘러싼 소송도 리스크로 거론된다. 로라 슈와브 리비안 전 영업·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최근 회사에 성차별 문제를 제기했다가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리비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슈와브 전 부사장은 자신이 부사장인데도 중요한 회의에서 배제됐다며 "리비안의 조직 문화가 자동차 산업에서 20년 넘게 경험한 것 중 최악"이었다고 비판했다.

슈와브 전 부사장은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리비안의 제조 품질과 비현질적인 생산 목표 및 차량 가격에 우려를 제기한다"며 "일부 회사 경영진은 상장 이후 차량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자동차 제조업체가 리비안 차량과 경쟁할 수 있는 신차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GM은 올해 말 첫 인도를 시작하는 전기 픽업으로 허머를 부활시킬 예정이다. 포드는 2022년 생산을 시작할 베스트셀링카 F-150의 전기 모델을 공개했다.

스캐린지 CEO는 "이런 기업 간 경쟁을 환영한다"며 "업계가 휘발유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함에 따라 앞으로 20년간 세계적으로 10억대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가 생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 승자가 1명인 상황은 끝났다"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