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을 만난 내림굿, '힙한 무당'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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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11~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서 공연
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11~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서 공연
코로나19는 우리의 육신 뿐 아니라 정신도 해쳤다. 불안함과 우울함에 시달려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무언가에 홀린듯 맥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응어리를 굿으로 승화시킨 공연이 지난 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렸다. 맛이 묘하다. 전통예술의 흥이 녹아있는데 음악은 세련되고 연출은 영화처럼 웅장하다. 무대에선 세상에서 가장 '힙한' 무당이 나타났다. 국립무용단이 11~13일 선보이는 무용극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이야기다.
국립무용단이 야심차게 마련한 무용극다웠다. 연출진부터 색달랐다. 손인영 국립무용단장이 안무를 짜고 공연을 기획했다. 이날치의 리더이자 영화 '부산행', '곡성'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장영규가 노래를 지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였던 윤재원이 무대를 꾸미고 극을 연출했다.
극은 세 가지 캐릭터가 이끈다. 예기치 않은 소명을 맞닥뜨려 갈림길에 선 '입무자', 무당이 되는 길을 먼저 걸어와 입무자들을 이끄는 '조무자' 그리고 오래전 무당으로 살며 내림굿을 주관하는 '주무자'다. 캐릭터마다 의상이 특이하다. 저고리를 붙인 자켓과 튀지 않는 무채색의 상의를 입었다. 여기에 부채, 모자 등의 전통적인 소품을 동원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했다. 마흔 여덟 무용수들의 춤선은 기묘했다. 손인영 예술감독을 비롯해 김미애·박기환·조용진·이재화 등 국립무용단의 대표 무용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창작한 몸짓이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추는 동작들을 변주해 현대무용으로 바꿨다.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 바닥을 구르고, 발을 동동 구르다 하늘로 뛰쳐올랐다. 낯익은 동작이 이어지다 신선한 춤사위를 펼쳐 관객들의 긴장감을 높였다.
객석에 퍼진 긴장감을 낮춰준 건 음악이었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단순하고 명료하게 노래를 지었다. 구조는 단순했다. 주 선율을 반복하는 가운데 생경한 소리를 끼얹은 것. 무당의 방울소리, 대금 등을 반복해서 들려줬다. 그 위로 미디 음악으로 변주한 곡이 간헐적으로 들렸다. 비행기 이륙음, 도심의 길거리 소음 등을 곁들이기도 했다.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리니 굿이란 소재를 쉽게 전하려는 의도였다. 청중들을 놀라게 한 무대 장치가 3막 후반부에 나타났다. 폭 12m, 높이 8m의 거대한 벽 두 개가 느리게 움직이며 무대 양 쪽에 놓여졌다. 마치 도심 속 빌딩 숲을 은유하듯 위용을 자랑했고, 무용수들은 출퇴근 시간 바삐 돌아다니는 직장인들처럼 무대를 돌아다녔다.
순간 조명이 객석을 비췄다. 신내림을 받은 무용수들 대신 관객에 초점을 맞춘 것. 관객과 무용수의 입장이 바꼈다. 한 걸음 떨어져 응시하던 관객들은 이내 공연 속 주체로 변신했다. '우리 모두가 무당(샤먼)'이라는 주제의식을 세련된 방식으로 전달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국립무용단이 야심차게 마련한 무용극다웠다. 연출진부터 색달랐다. 손인영 국립무용단장이 안무를 짜고 공연을 기획했다. 이날치의 리더이자 영화 '부산행', '곡성'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장영규가 노래를 지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였던 윤재원이 무대를 꾸미고 극을 연출했다.
극은 세 가지 캐릭터가 이끈다. 예기치 않은 소명을 맞닥뜨려 갈림길에 선 '입무자', 무당이 되는 길을 먼저 걸어와 입무자들을 이끄는 '조무자' 그리고 오래전 무당으로 살며 내림굿을 주관하는 '주무자'다. 캐릭터마다 의상이 특이하다. 저고리를 붙인 자켓과 튀지 않는 무채색의 상의를 입었다. 여기에 부채, 모자 등의 전통적인 소품을 동원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했다. 마흔 여덟 무용수들의 춤선은 기묘했다. 손인영 예술감독을 비롯해 김미애·박기환·조용진·이재화 등 국립무용단의 대표 무용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창작한 몸짓이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추는 동작들을 변주해 현대무용으로 바꿨다.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 바닥을 구르고, 발을 동동 구르다 하늘로 뛰쳐올랐다. 낯익은 동작이 이어지다 신선한 춤사위를 펼쳐 관객들의 긴장감을 높였다.
객석에 퍼진 긴장감을 낮춰준 건 음악이었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단순하고 명료하게 노래를 지었다. 구조는 단순했다. 주 선율을 반복하는 가운데 생경한 소리를 끼얹은 것. 무당의 방울소리, 대금 등을 반복해서 들려줬다. 그 위로 미디 음악으로 변주한 곡이 간헐적으로 들렸다. 비행기 이륙음, 도심의 길거리 소음 등을 곁들이기도 했다.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리니 굿이란 소재를 쉽게 전하려는 의도였다. 청중들을 놀라게 한 무대 장치가 3막 후반부에 나타났다. 폭 12m, 높이 8m의 거대한 벽 두 개가 느리게 움직이며 무대 양 쪽에 놓여졌다. 마치 도심 속 빌딩 숲을 은유하듯 위용을 자랑했고, 무용수들은 출퇴근 시간 바삐 돌아다니는 직장인들처럼 무대를 돌아다녔다.
순간 조명이 객석을 비췄다. 신내림을 받은 무용수들 대신 관객에 초점을 맞춘 것. 관객과 무용수의 입장이 바꼈다. 한 걸음 떨어져 응시하던 관객들은 이내 공연 속 주체로 변신했다. '우리 모두가 무당(샤먼)'이라는 주제의식을 세련된 방식으로 전달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