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그래핀·실리콘 활용
배터리 수명 2배로 늘리고 충전시간 단축 가능
보르 장(Bor Jang) 글로벌그래핀그룹(G3) 공동창업자 겸 대표(CEO·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이는 기술을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부터 검증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G3는 2007년 설립된 그래핀 생산 업체 앙스트론머티리얼즈(AMI)가 모태인 미국 스타트업이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전기가 잘 통하고 규소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어 ‘꿈의 소재’로도 불린다.
장 대표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재료과학 석·박사 출신으로 2002년 세계 최초로 그래핀을 발견,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G3가 보유한 그래핀과 배터리 관련 특허는 총 715건에 달한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선 소재의 에너지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는 동시에 안전하면서 빠르게 충전되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장 대표는 “그래핀을 활용한 배터리 신소재를 활용하면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전자 이동을 돕는 물질)으로 구성돼있다. 양극과 음극 간 전자이동을 통해 발생하는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구조다. 장 대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음극재인 흑연을 그래핀과 실리콘 복합재료로 대체할 수 있다”며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 거리를 40% 늘리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리튬과 전해질 사이의 반응을 줄이는 ‘양극 보호 기술’을 개발했다”며 “배터리 수명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소재로 그래핀을 활용하는 기술과 관련해 장 대표는 “이미 한 글로벌 전기차 업체로부터 검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추가적으로 다른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개발사들이 G3 기술에 대한 최종 검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G3는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관심사인 전고체배터리 관련 기술도 개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 액체 상태 전해질을 고체 형태로 바꾼 차세대 배터리다.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도 고체 전해질이 대신하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높다. 한 번 충전해서 운행할 수 있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700~800km까지 늘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을 얻기 위해 5~10년 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G3는 2019년 시리즈A 투자를 받을 때 약 1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시리즈 A2 투자는 연말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 1월 투자자를 공개할 계획인데 세계적인 자동차업체가 G3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내년엔 배터리 개발사들로부터 시리즈B 투자를 받고 하반기엔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그는 ”내년 1분기에 6억~10억달러 정도의 추가 투자를 받은 뒤에 미국 증시에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상장할 계획“이라며 ”상장 시점은 내년 4분기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3의 최종 목표로는 배터리 제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꼽았다. 장 대표는 ”배터리 신소재 개발을 통해 현재 킬로와트시(kWh)당 110달러인 배터리 소재 가격을 60달러까지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