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백 1개 1000만원 훌쩍 넘지만
여전히 인기…1년에 1개만 구매 가능
오전 10시30분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을 향해 달려온 고객은 70번대 대기번호를 받았다. 이 고객은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왔는데 70명 넘는 사람들이 몰렸단 거냐”며 허탈해했다. 주변에 미리 줄서 있던 고객들은 “적어도 7~8시엔 와야 10번대 번호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늘은 날씨도 춥고 가격도 인상된 지 얼마 안 돼 그나마 (대기자가) 적은 편”이라고도 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오전 10시에 이뤄지는 대기등록 때까지 번호를 못 받으면 그날은 아예 입장하기 어려울 정도다.
통상 샤넬 매장은 개점 시간 30분 전 대기번호 등록이 이뤄진다. 매장 앞에서 단말기에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대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물론 ‘오픈런(백화점이 오픈하자마자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만으로는 오후까지 입장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국내에서 독보적 인기를 구가하는 샤넬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모두 7차례나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만 4차례 가격을 올렸지만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기자가 72번 대기번호를 들고 3시간쯤 대기하자 매장 방문이 가능하다는 알림 메시지가 왔다. 주변 명품 매장 직원들은 “오늘은 샤넬에 물건이 별로 안 들어왔나보다”라면서 “70번대면 평소엔 늦은 오후는 돼야 입장 가능할 텐데 오늘은 대기가 빨리 빠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기번호만 받아들었다고 바로 입장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샤넬 매장 직원들은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들 상대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한다. 샤넬은 올해 들어 리셀러(재판매업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입장시 신분증 지참을 강제하고 있다. 운 좋게 매장에 입장해도 물건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본인 명의 카드로만 물건을 결제할 수 있어서다. 현금으로 계산할 때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들이 같이 매장에 갔다가 선물해주려고 사주는 행위도 안 된다는 얘기다.
오후 1시40분쯤 어렵게 매장에 들어섰다. 이날 해당 매장에는 보이백 몇 점만 입고됐다. 그마나도 오전 중 빠르게 판매돼 물량은 두 점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이백은 이번 인상 조치에서 제외돼 가격이 오르지 않은 제품이다. 보이백 스몰 사이즈는 666만원, 미디움 사이즈는 723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다니던 직장에 연차 휴가를 내고 오픈런으로 샤넬 매장을 방문했다는 A씨(29)는 “11월에 가격이 오르지 않은 보이백, 뉴미니 등을 사러 왔다”며 “운좋게 보이백을 사게 돼 ‘득템’한 기분”이라고 했다. A씨는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에선 보이백, 뉴미니 등이 이번엔 가격이 오르지 않았지만 다음번 인상 품목에 포함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가격을 인상해도 ‘샤넬은 오늘이 제일 싸다’가 여전히 맞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격이 올랐지만 베스트셀러 핸드백인 샤넬 클래식백을 찾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이달 3일 샤넬의 클래식백 스몰 사이즈 가격은 893만원에서 1052만원으로 17.8% 올랐다. 클래식백 미디엄 사이즈는 971만원에서 1124만원으로 15.8%, 클래식백 라지 사이즈는 1049만원에서 1210만원으로 15.3% 올랐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스몰 사이즈까지 클래식백 라인 제품은 모두 1000만원대가 됐다.
샤넬은 '블랙' 색상의 클래식 라인(플랩백 스몰, 미디엄, 라지, 맥시) 가방에 대해 1인당 1년에 한 개만 살 수 있도록 구매 제한을 뒀다. 통상 업계에선 새벽 3~4시 오픈런을 해 첫 번째로 매장에 입장해야 겨우 클래식백을 구입할 수 있다고 본다.
판매 물량이 제한적이라 리셀 시장에서도 정가에 웃돈(프리미엄)을 100만원 이상 얹어줘야 구매할 수 있다. 돈이 있어도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기에 사기 힘들다. 샤넬 매장 직원 B씨는 “클래식백은 매장 직원들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백”이라고 귀띔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