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줄 세우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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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줄 세우는 나라](https://img.hankyung.com/photo/202111/AA.28034309.1.jpg)
지난달 세상을 떠난 사회주의 경제학의 거두(巨頭) 야노쉬 코르나이(1928~2021)는 소련식 사회주의를 ‘물자 부족의 경제’로 규정했다. 국가가 시장을 대신하기 때문에 수요·공급 간 불균형과 물자 부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주장이다.
또 교통단속 현장에서는 현금이 오가는 게 일상이었다. 벌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즉석에서 해결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딱지를 들고가 벌금을 내려면 최소 몇 시간은 또 줄을 서야 하니까. 소련인들이 줄서는 데만 연간 400억 시간, 1인당 하루 5시간 이상 허비했다는 통계도 있었다. 당시 폴란드 체코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졸지에 한국이 그런 ‘줄서는 나라’ 행렬에 끼게 됐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발생 직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과 슈퍼마켓 앞에 수백 미터 긴 줄이 형성됐고, 올여름엔 전 국민이 백신 ‘선착순’ 예약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밤샘을 해야 했다. 이번엔 요소수를 사려고 주유소 앞에 다시 긴 줄이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21세기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이게 무슨 꼴인가”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부랴부랴 중국 세관에 묶여있던 물량을 확보해 ‘급한 불’을 껐지만 “줄서는 게 이게 마지막이냐”는 불안은 여전하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