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젠 지식·첨단기술이 경제성장 선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1776년 출간됐다. 그해 미국이 독립을 선언했다. 조선에선 영조가 52년의 집정을 마치고 승하했다. 이후 245년 동안 세계는 세 번의 산업혁명을 겪었고 이제 네 번째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노동과 자본 중심 경제에서 지식과 첨단기술이 선도하는 시대다.

이선 경희대 명예교수와 박권 경영 컨설턴트가 함께 쓴 《신국부론》은 1980년대 경제학계에서 태동한 지식경제학의 관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국부를 축적해야 할지 살펴본다. 엄밀하고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각각의 경제학적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고교생 수준 이상의 지식인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말처럼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온 흐름과 역사를 쉽게 개괄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주류 경제학계의 경제성장 모형은 로버트 솔로와 트레버 스완이 각각 1956년 발표한 이론에 기초한다.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돼 자본 축적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본 축적이 많이 이뤄진 선진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이유가 뭘까. 답은 생산성 개선에 있었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는 1980년대 중반 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의 주된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내생적 성장이론을 들고나왔다. 경제성장이 계속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적 자본, 혁신, 지식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개념이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 빠르게 성장하던 개발도상국이 경제 규모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성장이 현저히 느려지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곤 한다. 지식산업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 국가가 지식산업을 키워내기 위해선 교육과 정부 규제, 정보기술(IT) 인프라, 벤처 생태계, 사회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지난 245년 동안의 변화를 보여주며 이제는 앞으로 도약할 때라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