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의 미래에셋증권 본사. /미래에셋증권 제공
서울 을지로의 미래에셋증권 본사. /미래에셋증권 제공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한 증권회사가 네 곳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4분기가 다 지나기도 전에 ‘1조 클럽’ 증권사가 잇달아 등장했다.

내년에는 증권사들이 올해만큼 좋은 실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증권사들의 이익이 늘게 된 것은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풍 때문에 중개 수수료(브로커리지)를 많이 챙겼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올해만큼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16% 이상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대 6곳 1조 클럽 가능성

증권사 '1兆 클럽' 벌써 4곳…"동학개미 덕분"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3조3936억원, 영업이익 3972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발표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5% 늘어난 1조2506억원으로 2년 연속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에 35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6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1.10%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1~3분기에 1조11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6.94% 늘어난 수치다. NH투자증권은 3분기에 29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했지만,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0.65% 증가한 1조601억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9608억원을 기록해 올 연말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KB증권은 3분기에 23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295억원이었다. 4분기 실적에 따라 1조 클럽 가입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내년 순이익 20% 감소 전망”

국내 증권사들의 가장 큰 수입원은 브로커리지다. KB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키움 등 5개 주요 증권사의 올해 순영업수익에서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6%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최근 횡보세를 보이며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하자 증권사들의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42조1000억원을 기록한 하루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달 22조69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KB증권은 올해 27조1000억원 수준인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내년에는 22조6000억원으로 16.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에 5개 주요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이 올해보다 11.8% 감소할 전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5개 주요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은 2019년 2조520억원, 지난해 4조20억원이었다. 올해는 4조883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5750억원 줄어든 4조3080억원일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5개 주요 증권사의 내년 연결 기준 지배주주순이익(자회사 이익을 지분율만큼 반영한 순이익)이 올해보다 2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들의 주가는 3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며 하락세다. 삼성증권은 이날 1.25% 내렸고 한투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도 1.05% 하락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브로커리지 쪽에서 손실이 났는데 투자은행(IB) 부문 등에서 방어한 증권사들이 있다”며 “올초에 워낙 많았던 거래대금이 내년에는 매 분기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아직 풍부해 4분기에는 실적이 잘 나올 수 있지만 내년에는 이 정도 거래대금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20~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