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가 3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고 뉴욕주식시장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와 금값은 강세를 보였다.

10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09%포인트 오른 연 0.52%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다.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 투자자들은 국채를 투매했다.

단기 국채에 비해 꾸준한 수요를 보이던 장기 국채의 수익률도 급등(가격 하락)했다.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13%포인트 오른 연 1.55%로 치솟았다. 5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연 1.22%로 폭등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오른 것으로 발표되면서 국채 수익률은 만기에 관계없이 급등했다. 미 CPI는 1991년 11월 이후 30년 만에 가장 급격하게 올랐다. 시장 전망치(5.9%)를 넘어선 것은 물론 지난달(5.4%)과 비교해도 가파른 오름세다.

‘인플레이션 쇼크’에 주식시장도 하락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66% 하락한 36,079.94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역시 각각 0.82%, 1.66% 떨어졌다.

달러 가치와 금값은 상승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94.929로 0.9% 올랐다. 지난해 7월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달러인덱스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다.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848.3달러로 올해 6월 이후 최고가로 거래됐다.

이지현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