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은 미국에서 재향군인의 날이었습니다. 미 채권시장은 휴장했고, 뉴욕증시는 열렸습니다.

이날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닞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상승했으나 다우지수는 밀렸습니다. 전날 발표된 10월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기 대비 6.2%나 급등했던 데 따른 여진이 계속됐습니다.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투자의 아침’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미국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바이든 정부가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경제 전략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있지 않습니까?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로 6%대에 진입한 건 31년 만에 처음인데요, 시장뿐만 아니라 정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미 중앙은행(Fed)과 백악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물가가 갈수록 더 뛰는 모습을 보이자 기존 분석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물가에 대해 직접 언급했습니다. 성명서에서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밝힌 겁니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기름부터 빵까지 모든 게 비싸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정부는 에너지 가격이 물가 급등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 만큼 유가 안정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이 전략적 비축유(SPR) 방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엔 시장 조작과 바가지 요금에 대한 단속을 요청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항만의 하역 적체를 풀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엔비디아·월마트 실적 발표…수입물가 더 뛸까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하지만 백악관 기대와 달리 물가가 더 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달부터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상품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작년 말 주택 임차료가 낮았던 데 따른 기저 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뉴욕연방은행의 최근 설문조사에선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5.7%로 높게 나왔습니다.

백악관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물가 급등세 때문에 사회복지 예산안 처리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또 다시 천문학적인 돈이 풀리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 내 중도파로 분류되는 조 맨친 상원의원이 급등하는 물가 때문에 1조7500억달러에 달하는 사회복지 법안의 처리를 내년까지 막을 것으로 보인다고 정치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습니다.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55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지출이 포함된 1조달러짜리 인프라법과 함께 사회복지·기후변화 대응 예산안까지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3년간 인플레이션이 0.3%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시장에선 이달 물가까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 Fed가 내년 1월부터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협력을 공식화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린다고 하는데요. 두 정상 간의 만남을 현지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일단 한국시간으로 다음주 화요일 아침에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열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대만 인권 무역 등 양국간 대립하고 있는 이슈가 워낙 많기 때문에 곧 바로 협력의 길로 들어서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마침 미·중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함께 노력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협력 사례여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모처럼 경직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벌써부터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잇따라 흘리고 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양국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다만 시 주석은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상호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국 태도를 보면 중국이 미국에 비해 좀 더 유화적인데, 미국 내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향후 투자자들이 체크할 일정과 이슈도 종합적으로 말씀해주시죠.


공급 병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긴축 경계 심리가 팽배해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채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는 겁니다. 한국시간으로 어젯밤은 미 채권시장이 열리지 않았으나, 그 전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하루동안 0.1%나 급등했습니다.

당분간 채권 금리 동향을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주까지는 한국인들도 많이 투자한 뉴욕증시 상장업체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홈디포가 있습니다. 오는 16일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전날 발표하는 타이슨푸드와 함께 공급 병목 현상이 이들 소매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중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로 올라선 엔비디아는 17일 실적을 발표합니다. 실제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어떤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는지에 따라 주가가 반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다른 반도체 종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경제 지표 중에선 소매판매와 수입물가지수를 지켜볼 만합니다. 16일에 공개되는데, 소매판매에선 현재의 경기 상황을, 수입물가지수에서는 물가 전망을 각각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 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달 13.5% 급등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신문 조재길이었습니다.

<다음주 예정된 주요 경제지표·일정>

15일(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11월, 전달은 19.8) / 실적 발표 : 타이슨푸드

16일(화) 소매판매(10월, 전달은 0.7%) / 수입물가지수(10월, 전달은 0.8%) / 산업생산(10월, 전달은 -1.3%) / 실적 발표 : 월마트 홈디포

17일(수) 주택착공 실적(10월, 전달은 156만 채) / 실적 발표 : 엔비디아 타겟 프로그레시브 바이두

18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제조업지수(11월, 전달은 23.8) / 실적 발표 : 메이시스 BJ’s 콜스 로스스토어 알리바바

19일(금) 실적 발표 : 풋로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