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조커' 스틸
/사진=영화 '조커' 스틸
'조커'를 흉내 낸 핼러윈 데이 무차별 칼부림 사건 이후 일본에서 영화 '조커'를 보기 어렵게 됐다.

11일 도쿄스포츠 등 일본 연지 언론들은 "게이오선 무차별 칼부림 사건 이후 영화 '조커'가 창고에 갇히게 됐다"며 '조커'의 일본 지상파 상영이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31일 저녁 8시쯤 일본 도쿄 지하철 게이오선을 주행하던 열차에서 주변 승객들에게 칼을 휘둘러 다치게 하고, 열차를 방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핫토리 쿄타(24)는 당시 영화 '조커'에서 등장한 캐릭터의 의상인 녹색 셔츠에 파란색 정장, 보라색 코트를 하고 있었다.
10월 31일 일본 지하철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에 창문으로 대피하는 승객들과 용의자/사진=SNS 캡처
10월 31일 일본 지하철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에 창문으로 대피하는 승객들과 용의자/사진=SNS 캡처
쿄타는 주변 좌석에 앉아 있던 72세 남성 승객을 칼로 찌른 후 5호 칸 부근에서 미리 준비한 기름을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변 승객에게도 칼을 휘둘렀다. 이 사고로 18명이 다쳤다.

지하철은 인근 역인 고쿠료역에 긴급 정차했고, 승객들은 유리창을 넘어 대피했다. 당시 지하철에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며 대피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돼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쿄타는 범행을 마친 후 열차 내 좌석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경찰이 출동하자 순순히 체포에 응했고, 경찰 조사에서는 "사람을 죽여 사형되고 싶었다"며 "2명 이상 죽이면 사형이 된다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의 주요 장면 중 하나로 등장하는 지하철/사진=영화 '조커' 트레일러 캡처
사건의 주요 장면 중 하나로 등장하는 지하철/사진=영화 '조커' 트레일러 캡처
수사 당국은 쿄타가 '배트맨'의 악당인 조커를 동경했고, 영화 '조커'에서 전철 안에서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이 있었다는 점, 범행 당시 조커의 의상을 본뜬 화려한 정장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조커'는 R등급(미성년자 관람불가) 최초로 누적 수익 10억 달러(한화 1조 1800억 원)를 돌파하며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주인공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내 칼부림 사건으로 '조커'에 대한 지상파 상영이 금지됐을 뿐 아니라 극장에서 재상영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TV관계자는 도쿄스포츠에 "'조커'를 상영했다가 '범죄를 조장할 생각이냐'고 비판받을 수 있다"며 "관람 등급이 높아 원래도 지상파 상영이 어려웠을 작품이지만, 워낙 인기작이라 시청률 등을 고려해 상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