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현 한동대 교수)이 최근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통일 없이 계속 이대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신화”라고 말했다. 미국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김 전 원장은 12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랜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영리더스포럼(YLF)’에서 “통일평화연구소의 통일 트렌드 조사를 보면 통일을 원한다는 응답은 최근 38%까지 떨어졌는데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정전 체제가 오래 되다보니 이 편(분단 상태 지속)이 낫다는 생각”이라며 “확실한 평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가 없을 때 더 나빠진단 생각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북 양자간 신뢰 회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예전에 한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분은 회고록 마지막 장에서 미국이 적성국을 대하는 외교에서 실패한 이유는 적을 악마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며 “미국인들에게는 악마화하는 것이 인기가 있어서 (대북) 어젠다가 부정적으로 돼간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국제정치가 국내 정치를 좌우했지만 지금의 국제 정치는 국내 정치가 좌우하는 게 많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션에 참석한 연사들은 종전선언이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은정 공주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한 것은 전 세계에 영감을 줘서 한반도 평화를 상기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라며 “실질적으로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법적·외교적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종전선언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제시카 리 미국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부 비판자들이 종전 선언에 대해 주한미군의 일방적 철수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를 한다”며 “종전선언이라고 해서 미군 철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빨리 종전선언으로 간다는 말은 절대 맞지 않다”며 종전선언이 ‘비핵화의 입구’가 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를 표시했다.

김 전 원장은 한반도 정세 불안정으로 인해 간과되는 것들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평화가 비록 모호한 개념이고 이상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군 입대를 비롯한 여러 변수나 리스크 등이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간과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