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경기 광명의 한 셀프주유소에 '요소수 없음' 공지가 붙어있다. 정의진 기자
12일 오전 경기 광명의 한 셀프주유소에 '요소수 없음' 공지가 붙어있다. 정의진 기자
"오늘도 저희 주유소엔 요소수 한 방울도 안 들어왔어요. 정부는 물량 푼다고 하던데 어떡하면 받을 수 있는지 공문도 한 통 없어요. 어쩌라는 건지 원…."

정부가 매점매석 행위를 단속하며 확보한 차량용 요소수 530만ℓ를 시장에 공급하기로 약속한 12일 오전 10시.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요소수를 주유소에 주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요소수 대란 사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A씨는 "오늘 오전에만 얼마나 많은 화물차 손님들이 요소수를 찾았는지 셀 수도 없다"며 "지금 상황은 요소수 물량도 없고, 어떻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의 공문도 없고, 물량 받으면 어떻게 주유소가 팔아야 하는지의 매뉴얼도 없는 아비규환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유소에 책임 전가"

A씨는 "차라리 요소수를 아예 안 팔고 싶다"며 "지자체나 정부가 완벽한 배급제를 시행하라"고 했다. 정부가 530만ℓ의 차량용 요소수를 주유소를 통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요소수를 찾는 손님들과의 실랑이가 잦아졌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차량용 요소수 530만ℓ는 전국에서 8~9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A씨는 "주유소는 정말 없어서 못 파는데 정부가 요소수 물량 푼다고 발표만 해놓으니 '요소수를 숨겨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만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주유소에 전가하는 바람에 정부 대신 주유소가 욕받이 역할만 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곳 주유소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자 B씨는 "오늘도 인근 주유소를 모두 찾았지만 요소수가 있다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며 "3일 전에 3시간 기다려서 겨우 구한 요소수 20ℓ가 며칠 내에 동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12일 오전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입니다'라는 공지가 붙어있다. 정의진 기자
12일 오전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입니다'라는 공지가 붙어있다. 정의진 기자
안양 박달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C씨 역시 "요소수를 공급받지 못한 지 벌써 3주째"라며 "정부로부터 어떻게 물량을 받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씨와의 인터뷰 도중에 안양시청 공무원 D씨가 주유소 사무실을 방문해 C씨를 찾았다. D공무원은 '요소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요소수 매점매석은 관련법에 의거 처벌될 수 있으니 유념하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서를 C씨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D공무원은 C씨가 과거 요소수를 얼마에 팔았고, 현재 가격은 얼마인지 조사했다. C씨는 "팔고 싶어도 팔 물량 자체가 없는데…"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시행된 요소 및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안내하는 안양시청의 공문. 정의진 기자
지난 11일 시행된 요소 및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안내하는 안양시청의 공문. 정의진 기자

요소수 주문 홈페이지는 '다운'

주유소의 요소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유소 점주들이 요소수를 주문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부 사이트가 접속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SK엔크린 가맹 주유소 점주들이 본사로부터 요소수를 주문하기 위해 사용하는 'SK e-마켓' 사이트의 접속이 중단된 것이다. 한 SK엔크린 주유소 점주 E씨는 "어제 오후 2시부터 10ℓ짜리 요소수를 한 주유소당 25개씩 판매한다는 공지를 사전에 받고 컴퓨터 앞에 2시 전부터 대기를 했지만 서버가 터지는 바람에 한 통도 구입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SK엔크린 가맹 주유소 점주들이 접속할 수 있는 'SK e-마켓' 홈페이지에서 12일 요소수 구매를 위한 접속을 시도했지만 접속되지 않고 있다. 정의진 기자
SK엔크린 가맹 주유소 점주들이 접속할 수 있는 'SK e-마켓' 홈페이지에서 12일 요소수 구매를 위한 접속을 시도했지만 접속되지 않고 있다. 정의진 기자
또 다른 SK엔크린 가맹 주유소 운영자 F씨 역시 "어제는 SK-e마켓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글자가 모두 깨진 상태로 접속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에도 F씨와 함께 SK-e마켓 홈페이에 접속을 시도한 결과 요소수를 구매하기 위한 링크를 클릭해도 해당 웹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정의진/이지훈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