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대규모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작인 사회복지 예산을 추진할 동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1조2500억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1조7500억달러의 사회복지 예산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2% 급등했다.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 예산이란 명목으로 돈 풀기를 강행하면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인프라 예산과 사회복지 예산을 합친 3조달러 규모의 재정이 내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물가상승률을 평균 0.3%포인트 더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소되고 유가가 제자리를 찾으면 인플레이션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급망 문제는 좀체 풀리지 않고 있고, 원유 생산을 늘리도록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기름값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 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65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던 2012년 가격보다 2센트 낮았다.

사회복지 예산안에 대한 공화당의 반대도 거세지고 있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진짜”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끔찍한 경제정책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커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 중도파 의원인 조 맨친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누구 이야기를 들어봐도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위협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며 “워싱턴은 미국인들이 매일 느끼는 경제적 고통을 더는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는 상원에서 민주당 중도파가 반대하면 사회복지 예산의 의회 통과가 어려워진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