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정기 임원 인사 시기가 다가오면서 경제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대규모 사장단 인사가 없었던 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가석방된 뒤 내놓는 첫 인사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인사 방향에 따라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까지 예고하면서 이 부회장의 ‘뉴 삼성’ 구상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규모 제도개편 예고

이재용의 '뉴삼성'…5년 만에 인사제도 손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인사제도 개편을 임직원에게 공지했다. 사측은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 과정 중 하나로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부의 다양한 의견과 외부 전문가 자문, 국내외 기업 벤치마킹 등 다각도로 의견 수렴을 거쳐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 노동조합, 부서장 등 임직원 의견을 들은 뒤 변경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부서별 설명회는 이달 말 열린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개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입사한 지 20~25년 정도인 ‘CL4’ 직급에 해당하는 인력의 인사 적체를 두고 고민이 큰 만큼 제도개편안의 초점도 이쪽으로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과주의 평가 기준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토스와 카카오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성과주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사제도를 선보이고 있어서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에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방대한 삼성전자 조직이 보다 더 기민하게 움직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연공형 직급 폐지 △수평적 호칭 시행 등 다양한 인사제도 개선을 진행해왔다. 2017년 3월부터는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직급 단계를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했다. 임직원 간 호칭은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것으로 통일했다.

대규모 임원 인사 단행할까

경제계에선 삼성전자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 인사 규모에도 주목하고 있다. 가전과 반도체,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 향방을 알 수 있어서다.

김기남 DS(반도체)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 김현석 CE(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의 거취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 사람 모두 2018년 3월 선임된 뒤 4년째 대표이사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 일각에선 그러나 세 사람 모두 경영 성과가 탁월한 만큼 다른 후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만 74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최근 공급망관리(SCM)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사장단이 녹록지 않은 글로벌 경영 환경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다툼이 이어지고 있고,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한 만큼 대규모 인사 개편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출소한 지 3개월이 채 안 됐을 뿐 아니라 가석방 상태”라며 “형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임원 인사는 11월 말 혹은 12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12월 7일 인사안을 발표했다. 올해 전체 임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