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엔터사 대표 → 실직 → 이젠 피규어로 '대박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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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상장 블리츠웨이 배성웅 대표
대형기획사 키이스트 창업멤버 출신
연매출 30억 소규모 피규어사 맡아
표정있는 피규어로 매출 4배 급증
대형기획사 키이스트 창업멤버 출신
연매출 30억 소규모 피규어사 맡아
표정있는 피규어로 매출 4배 급증
"애들 장난감이 돈이 되겠어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의 대표이사였던 배성웅 블리츠웨이 대표(사진 아랫줄 왼쪽)가 2018년 피규어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당시 피규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데다 소수의 애호가를 대상으로 주문 제작하다보니 시장 규모도 작았다. "배 대표가 감이 떨어진 게 분명하다"는 말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돌았다. 키이스트를 연매출 1000억원 대의 대형 기획사로 키워낸 그가 피규어 회사로 이직한 것은 누가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는 2006년 한류 스타 배용준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그는 김수현 박서준 주지훈 등 인기 배우들을 영입하면서 승승장구했으나 2018년 키이스트가 SM엔터테인먼트에 매각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엔터 회사를 차리는 대신 작은 피규어 제조사로 자리를 옮겼다. 권혁철 이사와 최승원 이사가 2010년 창업한 블리츠웨이다.
쉬운 길 대신 새로운 길을 택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피규어 산업이 초창기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닮았다고 느꼈다. "과거 기획사들이 스타 연예인 한두명에 의존해 운영됐던 것처럼 피규어 회사도 유명 작가 대여섯명에 매달리는 구조였습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죠. 저는 피규어도 엔터처럼 컨텐츠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K팝 스타들이 훌륭한 프로듀서와 음반사, 기획사가 협업하는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것처럼 피규어 작가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독보적인 컨텐츠와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면 충분히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배 대표는 다년간 엔터 산업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디즈니, 하이브, 유니버셜 픽쳐스,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회사와 잇달아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BTS 아트토이 ,볼트론, 월리를 찾아서, 마릴린 먼로, 이소룡 등 인기 캐릭터의 피규어를 만들었다.
그러다 2020년 출시한 '아스트로보이 아톰'이 '대박'을 터뜨렸다. 핵으로 둘러싸여있인 아톰의 몸 속 구성품이 모두 보이도록 돼있고 심장과 눈에 LED 라이트가 켜지도록 만든 제품으로 원작에도 나오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는 "라이센스에 엄격한 아톰의 원작사인 일본 데즈카 프로덕션에 피규어 디자인을 보냈는데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인 작품이라고 호평을 받았다"며 "아톰으로 블리츠웨이의 기획력이 전세계 시장에서도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사전 예약을 받아 70만원 대에 한정 수량만 제작했는데 현재 경매 가격이 200만원 대로 치솟았다. 올 상반기에는 후속작인 아톰2와 조커가 매출을 견인했다. 영화 '더 조커'의 흥행으로 수많은 회사들이 조커 피규어를 출시했지만 블리츠웨이가 만든 제품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블리츠웨이의 총괄 디렉터 권 이사(사진 윗줄 왼쪽)는 "실사 피규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헤드(머리) 부분인데 블리츠웨이의 경쟁력은 표정에 있다"며 "사이드쇼, 핫토이 등 해외 제조사들은 만들기 쉽고 호불호가 없는 무표정으로 만드는 반면 우리는 캐릭터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표정을 포착하는데 주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표정을 구현하는 작업은 모두 사람 손으로 한다. 배 대표는 "수집가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느낌을 가장 싫어한다"며 "3D 프린터로 70~80%까지 작업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20~30%는 수작업으로 손맛을 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모든 제품은 유통사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고 주문량만큼 생산해 재고가 거의 없다. 국내는 피규어 시장이 성장하는 단계여서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온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34%), 미국(17%), 일본(7%) 등의 고객이 많다.
배 대표가 합류한 이후 블리츠웨이의 매출은 2019년 32억원에서 2020년 127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는 33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올해 매출은 200억원, 당기순익은 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리츠웨이는 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통해 8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대신밸런스제9호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이 회사의 지분 10%를 보유한 배용준씨는 상장 후 6개월 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자발적 보호예수를 걸었다.
배 대표는 현재 43명인 직원 규모를 100명까지 늘리고 내년엔 마이클 잭슨, 존윅, 터미네이터, 더배트맨 등 등 40여종의 피규어와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인 블랙라벨 피규어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배 대표는 "5년 뒤 블리츠웨이는 콘텐츠 회사가 되어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원작의 흥행으로 피규어가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피규어가 먼저 인기를 끈 다음 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변주되는 성공 사례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의 대표이사였던 배성웅 블리츠웨이 대표(사진 아랫줄 왼쪽)가 2018년 피규어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당시 피규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데다 소수의 애호가를 대상으로 주문 제작하다보니 시장 규모도 작았다. "배 대표가 감이 떨어진 게 분명하다"는 말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돌았다. 키이스트를 연매출 1000억원 대의 대형 기획사로 키워낸 그가 피규어 회사로 이직한 것은 누가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는 2006년 한류 스타 배용준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그는 김수현 박서준 주지훈 등 인기 배우들을 영입하면서 승승장구했으나 2018년 키이스트가 SM엔터테인먼트에 매각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엔터 회사를 차리는 대신 작은 피규어 제조사로 자리를 옮겼다. 권혁철 이사와 최승원 이사가 2010년 창업한 블리츠웨이다.
쉬운 길 대신 새로운 길을 택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피규어 산업이 초창기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닮았다고 느꼈다. "과거 기획사들이 스타 연예인 한두명에 의존해 운영됐던 것처럼 피규어 회사도 유명 작가 대여섯명에 매달리는 구조였습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죠. 저는 피규어도 엔터처럼 컨텐츠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K팝 스타들이 훌륭한 프로듀서와 음반사, 기획사가 협업하는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것처럼 피규어 작가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독보적인 컨텐츠와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면 충분히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배 대표는 다년간 엔터 산업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디즈니, 하이브, 유니버셜 픽쳐스,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회사와 잇달아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BTS 아트토이 ,볼트론, 월리를 찾아서, 마릴린 먼로, 이소룡 등 인기 캐릭터의 피규어를 만들었다.
그러다 2020년 출시한 '아스트로보이 아톰'이 '대박'을 터뜨렸다. 핵으로 둘러싸여있인 아톰의 몸 속 구성품이 모두 보이도록 돼있고 심장과 눈에 LED 라이트가 켜지도록 만든 제품으로 원작에도 나오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는 "라이센스에 엄격한 아톰의 원작사인 일본 데즈카 프로덕션에 피규어 디자인을 보냈는데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인 작품이라고 호평을 받았다"며 "아톰으로 블리츠웨이의 기획력이 전세계 시장에서도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사전 예약을 받아 70만원 대에 한정 수량만 제작했는데 현재 경매 가격이 200만원 대로 치솟았다. 올 상반기에는 후속작인 아톰2와 조커가 매출을 견인했다. 영화 '더 조커'의 흥행으로 수많은 회사들이 조커 피규어를 출시했지만 블리츠웨이가 만든 제품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블리츠웨이의 총괄 디렉터 권 이사(사진 윗줄 왼쪽)는 "실사 피규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헤드(머리) 부분인데 블리츠웨이의 경쟁력은 표정에 있다"며 "사이드쇼, 핫토이 등 해외 제조사들은 만들기 쉽고 호불호가 없는 무표정으로 만드는 반면 우리는 캐릭터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표정을 포착하는데 주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표정을 구현하는 작업은 모두 사람 손으로 한다. 배 대표는 "수집가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느낌을 가장 싫어한다"며 "3D 프린터로 70~80%까지 작업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20~30%는 수작업으로 손맛을 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모든 제품은 유통사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고 주문량만큼 생산해 재고가 거의 없다. 국내는 피규어 시장이 성장하는 단계여서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온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34%), 미국(17%), 일본(7%) 등의 고객이 많다.
배 대표가 합류한 이후 블리츠웨이의 매출은 2019년 32억원에서 2020년 127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는 33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올해 매출은 200억원, 당기순익은 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리츠웨이는 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통해 8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대신밸런스제9호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이 회사의 지분 10%를 보유한 배용준씨는 상장 후 6개월 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자발적 보호예수를 걸었다.
배 대표는 현재 43명인 직원 규모를 100명까지 늘리고 내년엔 마이클 잭슨, 존윅, 터미네이터, 더배트맨 등 등 40여종의 피규어와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인 블랙라벨 피규어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배 대표는 "5년 뒤 블리츠웨이는 콘텐츠 회사가 되어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원작의 흥행으로 피규어가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피규어가 먼저 인기를 끈 다음 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변주되는 성공 사례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