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3분기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힘입어 높은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운행 감소 등이 주원인이지만,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는 12일 3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까지 1조22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62.5% 늘었다. 현대해상도 같은 기간 전년 동기보다 23.2% 늘어난 38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 역시 각각 6455억원, 467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46.0%, 44.4%씩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떨어진 것이 실적 개선에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각 회사 모두 손해율이 80% 밑으로 내려갔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전년 동기 대비 5.6%포인트 내린 79.2%를 기록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82~83%로 보고 있다.

합산비율(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것)도 개선세를 보였다.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은 95.9%를 기록했다. 통상 합산비율이 100% 아래면 해당 사업 부문에서 흑자를 낸 것으로 풀이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차량 운행이 감소하면서 사고가 줄고 이에 따라 손해율이 하락했다”며 “다른 해와 달리 태풍 등 자연재해가 적었던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이 일제히 높은 실적을 거두면서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거의 매년 적자를 내왔지만, 흑자를 올린 2017년에는 보험료를 내린 바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일시적으로 개선됐지만 4분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흑자를 낼 때마다 보험료를 내리도록 하는 것은 업계에 가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