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소녀와 낙엽에 담아낸 인생…존 에버렛 밀레이 '가을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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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스산한 가을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네 명의 소녀가 마당에서 끌어모은 낙엽을 태우고 있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소녀들의 모습과 무덤을 연상시키는 낙엽 더미가 타들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인 대비를 이룬다.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1829~1896)의 ‘가을 낙엽’(1856년)이다.
밀레이는 가을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낙엽 타는 냄새를 특히 좋아해 ‘지나간 여름의 향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작품의 소재로 즐겨 삼았다. 이 작품에서 낙엽 더미를 둘러싼 소녀들이 각기 짓는 표정은 삶과 죽음을 대하는 저마다의 태도를 상징한다. 왼쪽 끝의 소녀는 낙엽 태우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고, 그 오른쪽에 있는 소녀는 움켜쥔 낙엽을 더미 위에 올려놓고 있으면서도 이를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그 옆의 소녀는 명상하듯 눈을 감고 있고, 손에 과일을 든 소녀는 낙엽더미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림은 소녀와 낙엽이라는 서로 대비되는 소재를 통해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세련되게 드러내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밀레이는 가을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낙엽 타는 냄새를 특히 좋아해 ‘지나간 여름의 향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작품의 소재로 즐겨 삼았다. 이 작품에서 낙엽 더미를 둘러싼 소녀들이 각기 짓는 표정은 삶과 죽음을 대하는 저마다의 태도를 상징한다. 왼쪽 끝의 소녀는 낙엽 태우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고, 그 오른쪽에 있는 소녀는 움켜쥔 낙엽을 더미 위에 올려놓고 있으면서도 이를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그 옆의 소녀는 명상하듯 눈을 감고 있고, 손에 과일을 든 소녀는 낙엽더미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림은 소녀와 낙엽이라는 서로 대비되는 소재를 통해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세련되게 드러내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