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100년사 '승리의 역사'로 기록하며 과오와 문제엔 눈감아
'당의 핵심'·'시대' 표현 시진핑 주석에만 사용
승리주의·원톱·차별화…中 '3차 역사결의' 3대 키워드
승리주의, 원톱, 차별화.
11일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 전회)에서 채택된 제3차 역사결의(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 세가지를 꼽을 수 있을 전망이다.

문화대혁명과 천안문 사태 등 논쟁적 사건은 일체 다루지 않은 채 당의 100년 성과,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9년간의 성과를 장황하게 나열한 점에서 '승리주의' 역사관이 두껍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퇴임 이후의 집단지도체제 전통이 무색할 정도로 시 주석의 '핵심' 역할을 강조한 점에서 '시진핑 원톱' 체제의 장기화를 예고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전임자들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임자 시절 존재한 당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했다는 인식을 드러냄으로써 '차별화'를 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 승리주의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위대한 승리와 영광을 얻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새 시대와 새 여정에서 반드시 더욱 더 위대한 승리와 영광을 얻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
이번 역사결의의 요약본으로 평가받는 6중 전회 공보문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 문장은 이번 결의의 성격이 반성이나 과거 부정과는 거리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역사를 다룬 결의임에도 그 취지는 과거를 통째로 긍정하는 시각에서 시 주석 리더십 하 중국의 낙관적 미래를 그린 것임을 보여준 대목이다.

공보문은 각 시기 지도자별로 역사적 역할과 공헌을 열거했을 뿐 과오는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 사회가 엄청난 인적·물질적·정서적 희생을 겪은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과 개혁개방의 최대 위기를 초래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유혈진압 등과 같이 논쟁적인 사안들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1945년 1차 역사결의가 이전 당의 좌경·우경화 오류, 1981년 2차 역사결의가 문혁의 오류를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간 것과는 현저히 달랐다.

중국 공산당은 12일 역사결의 설명 기자회견에서 1,2차 결의로 과거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됐기 때문에 다시 다루지 않았으며, 과거 결의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혔지만 당의 오점이 될 만한 것들의 기술은 피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그리고 공보문은 시 주석 재임 9년의 치적은 경제, 정치, 외교, 대만 등 각 영역별로 상세히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승리주의' 기술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느냐는 논란의 영역이다.

일례로 외교의 경우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가 본격 추진되고, (중략) 우리 외교는 세계의 대 격변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고 했는데, 중국 외교의 '그늘'은 애써 눈감은 기술이라는 지적도 가능해 보인다.

이른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중국 외교의 별칭이 된 가운데 미국, 유럽, 호주 등과 전례없는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은 중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 원톱
공보문에서 시 주석을 당 또는 당 중앙의 '핵심'이라고 칭한 대목은 6번이나 등장한다.

현직 최고지도자로 있을 때 덩샤오핑과 장쩌민(江澤民)에 대해서도 '핵심'이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이번 공보문에서 '핵심'은 시 주석에게만 허락된 표현이었다.

시진핑 1기인 2016년 10월 열린 18기 6중 전회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이 공식화했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당 100년 역사를 총괄하는 역사결의에 '시진핑 핵심'이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장쩌민), 과학 발전관(후진타오),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등 각 지도이념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 동일하게 '000 동지를 주요 대표로 하는 중국공산당인'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시진핑 사상에 대해서만 유독 '주요 창립자'라는 표현이 추가로 등장한다.

당의 모든 지도이념을 집체 창작물로 규정하긴 했지만 시진핑 사상의 경우 시 주석의 독자적인 공헌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결의가 시 주석의 '핵심' 지위를 강조한 데 대해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시진핑 1인 통치체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마무리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공산당은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집중통일지도체제로 운용되고 새로운 지도체제는 핵심인 시 주석이 통치한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차별화
시 주석 중심으로 기술된 역사결의는 당의 과오도 모두 포용하는 한편 1,2차 역사결의가 과오를 지적한 내용도 번복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전임자들의 유산을 계승했지만 시 주석의 '차별화' 시도가 눈에 띄는 대목도 있다.

우선 공보문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중국공산당 역사를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끈 '신민주주의혁명시기'와 '사회주의 혁명 건설시기', 덩샤오핑이 열어 젖힌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새 시기', 시 주석 집권 이후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새 시대'로 크게 구분했는데, 시 주석 집권기만 '시대'라는 표현을 쓰고 나머지는 '시기'로 했다.

또 시진핑 집권기 치적 중 "당의 관리와 통치에서 느슨한 상태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전임자 시절 당에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했는데 자신이 그것을 바로 잡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임자의 과오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자신은 전임자가 물려준 부정적 유산을 혁파했음을 강조한 대목이기에 이 역시 '차별화' 시도로 볼 수 있다.

승리주의·원톱·차별화…中 '3차 역사결의' 3대 키워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