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세의 연부연납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직접적인 상속세율 조정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가 ‘찔끔 개편’을 추진하면서 상속세 부담에 허덕이는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상속세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상속세 연부연납 최대 허용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부연납은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때 상속세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재부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이 10년까지 허용 중인 것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앞서 정부 측 방침을 정리한 내용이다.

다만 기재부는 직접적인 세율 인하 등에 대해선 “현 과세 체계하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총조세 대비 상속세 비중도 2.8%로 OECD 평균(0.4%)보다 높다. 기재부는 세율 조정이 어려운 이유로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상속세 기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속세율 조정 시 세율을 공유하는 증여세의 세 부담이 동시에 낮아진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계와 학계 등에서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고 저축·투자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막상 정부는 세율 조정에 뒷짐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유산취득세도 ‘중장기적 검토과제’로 두면서 당장은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현재 한국은 유산세 방식(유산 총액 기준으로 계산)을 채택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상속인별 유산 상속분에 대해 계산)에 비해 세 부담이 크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국 중 유산세 방식을 택한 곳은 한국을 포함해 4개국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결국 논의를 미루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방안 역시 ‘맹탕 개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인 중견기업의 범위를 매출 3000억원 미만에서 4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편이 이뤄지면 공제 적용을 받는 중견기업 비중은 전체의 87.6%(4387개)에서 91.4%(4578개)로 확대된다. 상속 개시 전 기업 업종이 변경되더라도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겠다고도 했다. 영농상속공제 한도는 현 1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늘려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가업상속 공제한도(500억원), 사후관리 의무기간(7년)을 개편하는 방안은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