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거가 다가오면 우리들은 정치인들의 입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어떤 공약이 나올까. 우리 동네에 돈이 되는 개발 사업이 발표될까. 부동산정책과 개발 사업은 대선이나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공약 중 하나입니다. 2022년 대선에도 부동산 정책과 개발계획이 발표될 겁니다. 다만 여당과 제1야당이 바라보는 현재 부동산시장에 대한 시각이 다른 만큼 정당 공약 또한 상반된 내용일 겁니다.

부동산과 정치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2008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뉴타운개발'을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뉴타운을 걸고 당선된 서울지역 의원들은 통틀어 28명에 달한다는 추정입니다.

뉴타운은 종래 민간주도의 개발이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주택 중심으로 추진되어 난개발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새로운 '기성시가지 재개발 방식'입니다. 이 개발 사업은 보수정권 후보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울지역 48개 지역구 가운데 40곳을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싹쓸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초선이었지만 당시 민주당의 중진의원들을 쉽게 무너뜨리고 당선되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뉴타운 개발공약은 그만큼 호소력이 컸던 것입니다.

"유주택자 보수되기 쉬워"…세부적으로는 다를수도

보수냐 진보냐를 가르는 기준을 명확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수는 대부분 가진 것(자산, 학벌, 지연 등)이 상대적으로 많아 기존의 가치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세력입니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 강남좌파라는 말 또한 회자 되기도 합니다. 손낙구(2010)는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에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강남에는 좌파들이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1659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2005년 인구센서스 자료에 각종 선거 데이터를 엮어 지역별 정치 색깔을 살펴보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이 같은 생각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저서에서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며 "영국에선 보수당과 노동당의 투표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는데, 보수당이 자가 소유 촉진책을 편 것은 정치적으로도 계산된 것이라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재개발 지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개발 지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공동저자로 참여한 서적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2015년)에서 유사한 내용을 적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고령자일수록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과거의 경제성장 경험과 지역 기반 네트워크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보수정당일수록 각종 개발사업과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기에 자신들의 주택 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썼습니다.

내 집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주거를 마련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누구나 속으로는 내 집 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부동산 정책에 울고 웃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집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은 정치 성향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가 보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 진보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무언가 바뀌기를 바라기 때문이입니다. 올해 10월 현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12억2000만원)을 본다면 이런 성향은 더 강화되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유주택자냐 무주택자냐만이 투표 성향을 가르는 기준은 아닙니다. 더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아파트가 단독이나 연립·다세대에 비해 자산가치가 높습니다. 때문에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의 고소득층은 보수정당에 주로 투표할 것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진보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큽니다. 단독이나 연립·다세대가 밀집된 지역이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으로 신규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 투표 성향 또한 확 달라지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집 사지 말라"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되도록 집을 사지 말라고 합니다. 거래(전매), 금융(대출), 세금(중과) 등으로 집을 가진 사람은 고통을 받도록 만듭니다. 왜 이렇게 혹독하게 집을 가진 사람을 괴롭히는지 의문을 가진다면 부동산이 정치 행위의 한가운데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보수는 집을 가진 사람들을 양산해야 하고 진보는 집 없는 무주택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보수정당은 유권자들이 집을 가지는 순간 보수에 가깝게 변하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을 사도록 만듭니다.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부동산규제완화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빚내서 집 사라는 겁니다. LTV(담보인정비율)를 70%로 상향했으며 DTI(총부채상환비율)도 60%로 단일화하였습니다. 선진외국과 비교하면 이것도 엄청난 규제이지만 지금의 대출 규제를 생각한다면 공짜로 돈을 빌려주는 느낌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의 반대 방향에 있는 것이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입니다. 조이고 틀어 막어 집을 사지 못하게 만듭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는 어느덧 1주택자들에게, 이제는 무주택자들 마저 규제의 틀 안에 들어왔습니다. 무주택자를 양산해서 진보성향의 유권자를 많이 만들려는 의도가 의심됩니다. 단순히 무주택자를 만드는 것으로는 정권의 충성고객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최후의 카드는 집값을 올리는 겁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불만이 가득한 사람이 늘어나게 되면 진보정당이 선거에 이기기 유리하니까요.

특히나 강남, 다주택자 등 가진 자들을 구분해 규제 정책을 많이 사용하면 이들이 가진 불만을 해소하고 대리만족의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리만족은 지나고 나면 곧바로 허탈감으로 바뀔 겁니다. 상위 20%의 집값과 하위 20% 집값의 차이인 5분위 배율은 문재인정부 들어 계속 벌어져 8.82배까지 올라갔으며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몇 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서민들이 집을 사는 것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정권 말이 되니 부동산 정책의 민낯을 알 수 있는 듯합니다. 부동산도 정치를 봐야 하지만 정치 또한 부동산을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