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음반 판매력 상대적 취약…행사 의존도 높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찬바람'이 불던 가요계 걸그룹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걸그룹의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각종 축제·행사가 늘어나면서 섭외가 살아나는 가운데 행사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신인 데뷔도 잇따르고 있다.
14일 가요계에 따르면 걸그룹 오마이걸은 지난 10일 서울 명지대에 이어 오는 18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에서 대학 축제 무대에 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학 축제 수요가 '뚝' 끊긴 이래 약 2년 만에 들어온 대학가 오프라인 무대 섭외다.
오마이걸의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우리뿐만이 아니라 최근 대학가 오프라인 행사 섭외가 하나둘 다시 들어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규모는 작더라도 이 같은 행사가 '기지개'를 편다는 점은 걸그룹 소속사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보이그룹이 막대한 팬덤 응집력을 무기로 수십만장에서 수백만장까지 음반을 팔아치울 수 있는 것과 달리, 걸그룹은 대중의 사랑을 '무기'로 삼아 음반 판매보다는 행사 등으로 수익을 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걸그룹은 앨범 판매량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고 론칭하지 않는다"며 "보이그룹이야 앨범이 많이 팔리겠지만 걸그룹은 행사나 콘서트 등 부가 사업권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로 행사와 콘서트 모두 자취를 감추면서 걸그룹 소속사들은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모두 타격을 입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기 걸그룹 마마무의 소속사 RBW의 행사·방송 출연료 등을 아우른 '매니지먼트 매출'은 지난해 58억원으로 집계돼 코로나19 이전인 전년도 79억원 대비 26.5% 감소했다.
한 여성 댄스 가수는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두고 "사실 다들 힘들다"며 "경제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고, 일이 없다 보니 사람이 위축되고 다운되기 일쑤다.
다들 1년만 버티자, 2년만 버티자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한 신인 걸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가 당연히 있다"며 "그동안 밀린 공연을 위한 대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조금씩 풀리는 행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다들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한파가 한층 누그러지자 신인 걸그룹 데뷔도 줄을 잇고 있다.
에스파, 스테이씨, 시크릿넘버 등 소수만 가요계에 출사표를 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최근 데뷔를 치렀거나 앞둔 걸그룹은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 출신 케플러,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안유진이 포함돼 화제를 모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브,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스토리 소속 빌리, 에이팀엔터테인먼트 소속 버가부 등 여럿이다.
이 밖에도 '걸그룹 명가' JYP엔터테인먼트가 내년 2월 신인 걸그룹 출범을 공언하고 나섰고,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아이즈원 출신 미야와키 사쿠라와 김채원이 포함된 하이브 소속 걸그룹이 내년 '출격'을 앞뒀다는 말도 들린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 일정에 맞췄다거나 팀 준비 상황에 따라 일정이 조율됐거나 하는 등 데뷔 시점을 정한 사정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점에 가요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공감한다.
신인 걸그룹을 준비 중인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음반 판매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트와이스, 블랙핑크, 아이즈원 같은 팀이야 지장이 없었겠지만, 나머지 걸그룹은 비대면 행사 섭외도 잘 오지 않아 손익이 계속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로 행사 등이 곧 정상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년을 바라보면서 신인 걸그룹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