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훈련했던 두 선수, 코로나19 여파로 타격
최악의 환경에서도 무럭무럭…시니어 그랑프리서 국제 경쟁력 재확인

고독한 훈련 환경 이겨낸 차준환·유영, 베이징 향해 힘찬 출발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 간판 차준환(20·고려대)과 유영(17·수리고)에게 최근 2년은 끔찍한 악몽 같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로 훈련 환경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캐나다와 미국에서 외국 코치와 훈련을 했는데, 하늘길이 막혀 버린 탓에 사실상 고립 상태에서 홀로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차준환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훈련하다가 2020년 초 캐나다 국경이 봉쇄돼 귀국했다.

그는 국내에서 고독한 훈련을 시작했다.

모든 게 낯설었다.

지도자 없이 홀로 일정을 짜서 운동해야 했다.

일정하지 않은 훈련 장소, 환경 탓에 차준환은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힘들었지만, 차준환은 특유의 긍정적인 자세로 훈련에 집중했다.

'필살기'인 쿼드러플 점프 연마에 힘쓰며 무럭무럭 자랐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차준환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10위 자리에 오르며 2022 베이징 올림픽 쿼터를 최대 2장 확보하기도 했다.

고독한 훈련 환경 이겨낸 차준환·유영, 베이징 향해 힘찬 출발
유영도 상황은 비슷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에서 훈련했던 유영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짐을 싸서 국내로 돌아왔다.

전담 지도자인 하마다 마에(일본) 코치와 화상 전화 등을 통해 소통하는 등 나름의 방법을 찾아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유영은 지난해 3차례나 자가격리를 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자가격리를 하고 난 뒤엔 근육량이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그러면 근력 운동 등 기초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일련의 과정으로 유영은 부침을 겪었다.

그는 올해 초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선발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1위를 하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차례나 넘어지는 실수를 범한 끝에 출전권을 놓치기도 했다.

국내 여자 싱글 1위를 자부하던 유영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고독한 훈련 환경 이겨낸 차준환·유영, 베이징 향해 힘찬 출발
유영은 이를 악물었다.

올해 3월 하늘길이 열리자 미국 콜로라도로 이동해 강도 높은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유영은 국내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3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는데, 이에 만족하지 않고 4회전 점프 훈련까지 소화했다.

그는 지난 6월 30일 미국 콜로라도 브로드무어 오픈 대회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시도하기도 했다.

회전수 판정을 받긴 했지만, 랜딩에 성공하면서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유영은 자신감을 다시 찾았다.

고독한 훈련 환경 이겨낸 차준환·유영, 베이징 향해 힘찬 출발
다시 일어난 차준환과 유영은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격했다.

두 선수는 그랑프리 대회를 통해 여전히 세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차준환은 지난 7일에 끝난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남자 싱글에서 247.74점으로 5위를 기록한 데 이어 13일에 끝난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남자 싱글에서 259.60점으로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이 메달을 획득한 건 2018년 이후 3년 만이었다.

유영도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216.97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뒤 13일 마무리된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여자 싱글에서 최종 총점 203.60점을 받아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연속으로 메달을 차지한 건 2009년 김연아 이후 12년 만이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두 선수는 이제 베이징을 바라본다.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 출전 일정을 마친 두 선수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를 뽑는 국내 선발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피겨 남녀 싱글엔 각각 2장의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