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들, 유통망 거쳐 시중판매…"주유소와 갑자기 어떻게 거래하냐"
운전자도 물량 없어 '발동동'…주유소, 손님들 재고 문의에 '진땀'
요소수 긴급조치에 현장 혼란…유통업체·운전자·주유소 '불만'
국내 요소수 품귀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11일 발동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놓고 현장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차량용 요소수 사재기를 차단하기 위해 주유소에서만 승용차는 한 대당 한 번에 최대 10L, 화물차 등은 30L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이번 조치의 세부 내용이 상세하게 안내되지 않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판매업자 측은 요소수 납품처를 주요소로만 한정한 것은 요소수 유통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요소수 긴급조치에 현장 혼란…유통업체·운전자·주유소 '불만'
◇ 요소수 업체들 "갑자기 주유소와 어떻게 거래하냐" 항의
정부는 요소와 요소수를 수입·생산·판매하는 기업은 일일 실적 관련 정보를 다음날 정오까지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다.

이 조치에는 요소수 판매처를 주유소로 한정하고 승용차, 화물차 등의 1회 구매량을 각각 10L, 30L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업체들은 요소수를 주유소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조치에 당혹해하고 있다.

요소수 유통시장의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1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요소수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대략 절반 비중으로 나눠 점하는 구조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생산한 물량을 대형 중간 판매상에 넘기면 이 중간 판매상이 곧바로 주유소나 운수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납품을 하지만, 나머지 중소규모 업체들은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망을 거쳐 시중에 판매한다.

그러나 긴급수급조정조치로 인해 중소규모 업체의 경우 기존 유통망에 주유소가 없으면 판로를 새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문의 및 항의 전화가 요소수 관련 신고를 받는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 등에 잇따르고 있다.

이 센터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처럼 유통 과정이 여러 단계로 돼 있어서 중간 판매상들이 '기존 거래처를 놔두고 갑자기 어떻게 주유소와 거래하라는 것이냐'는 항의 전화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긴급수급조정조치에서 주유소 이외 판매가 가능한 경우로 '건설현장, 대형운수업체 등 특정 수요자와는 직접 공급계약을 맺어 판매하는 경우'를 제시한 것도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소규모로 트럭이나 중장비를 운영하는 업체에 납품하는 경우도 해당되는지에 관한 질문도 계속 나온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소규모 업체들이 갑자기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이들 업체가 보유한 물량의 신속한 시중 유통이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요소와 요소수 매점매석 신고처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눠 운영하는 것도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는 사람 입장에선 다 똑같은 신고센터 같은데 막상 전화해보면 다른 부처 담당이라고 안내한다.

속 터지는데 또 전화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소수 긴급조치에 현장 혼란…유통업체·운전자·주유소 '불만'
◇ 운전자들도 구입경로 줄어 난감…주유소도 불만
업체뿐만 아니라 운전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소수를 주유소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면서 요소수를 구할 경로가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개인 화물차 운전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주유를 일정액 이상 하지 않으면 요소수를 판매하지 않는다거나 단골에게만 공급하는 등 일부 주유소들이 요소수 판매를 내세워 '갑질'을 하는 사례에 대한 불만 글이 잇따르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가 주 고객인 한 주유소는 자체 운영하는 주차장을 사용하는 조건으로만 요소수를 판매해 신고센터에 불만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요소수 가격 폭등도 생계형 운전자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실제로 매점매석 신고센터 등에는 과도한 가격을 요구하는 사례에 대한 불만 접수가 계속되고 있다.

일선 주유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주유소를 통해 공급한다고 했지만 정작 요소수 물량이 없는 경우도 많고, 일부가 들어온다고 해도 금세 동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주유소 직원은 12일 연합뉴스에 "주유소에서만 요소수를 판다는 뉴스를 보고 다들 와서 찾는데 우리도 요소수 물량이 안 들어온 지 벌써 2주째"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 차량용 요소수 180만L를 전국 100개 주유소에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인천 동구의 한 주유소는 전날 정부의 공급처 명단에 이름이 오르면서 문의 전화가 빗발쳤으나 당일 오후까지도 요소수가 들어오지 않아 난감해했다.

정부는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대한 홍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앞서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조치 시행 사실을 모르고 위반하는 사례가 없도록 수입·생산·판매사업자를 대상으로 공문과 이메일,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일일이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