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근로감독' 경기도가 내놓은 요구안 살펴보니
지방자치단체도 근로감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해온 경기도가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놨습니다. 경기도의 요구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반대하고 나서자 고용부의 반대논리를 깨기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의 결과물입니다. 연구용역 결과를 요약하면 "의지가 있고 돈도 있고 능력 있는 경기도만이라도 자체 근로감독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경기도는 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법률 개정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기다렸다는듯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경기도는 지난 11일 중앙-지방정부 간 근로감독권 공유협력 모델로 '기관위임형 방식'을 도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는 현재 중앙집권형 근로감독 행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노동현장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행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 중앙-지방정부 간 근로감독 공유 모델과 그 추진 방향 등을 연구용역을 통해 제안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도는 우선 근로감독 행정과 관련해 지방정부가 독자적 기관이 아닌 고용부 관리감독 하에 수행 적합한 업무에 대해서만 권한을 위임받아 근로감독을 집행하는, 이른바 '기관위임형' 방식으로 제안했습니다. 그동안 근로감독의 중앙정부의 업무라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근거로 경기도의 요구를 일축해온 고용부의 논리를 넘어서기 위한 방식이라는 평가입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근로감독 업무가 가능한 지방자치단체가 △고용부에 근로감독 수행 계획서를 제출하고 △고용부가 이를 심사해 지정하면 △지자체 차원의 근로감독 행정을 집행하겠다는 것입니다. 고용부가 근로감독 기준, 감독관 집무규정, 감독관 교육, 근로감독 연간 계획 수립을 하면 지방정부가 그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지자체 근로감독 대상으로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15개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업장 감독(청원감독), 노무관리 지도, 체불임금 청산 지도, 신고사건 처리, 인·허가 및 승인 사무, 취업규칙 등 심사, 사실인정 및 확인, 소관업무 관련 사법경찰관 직무 등 일반근로감독 8개 직무와 산업안전보건 관련 직무 7개(사업장감독, 사업장 점검 및 조사, 재해조사 및 조치, 신고사건 처리, 인․허가 및 승인사무, 소관업무 과태료 부과 결정, 소관업무 관련 사법경찰관직무) 등 15개 직무입니다. 고용부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받는 절차를 두긴 했지만, 사실상 중앙정부 근로감독 업무의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자체 근로감독과 관련해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렇다할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 중앙-지방 근로감독권 공유가 전국적인 이슈로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경기도와 달리 대다수 지자체에서는 근로감독권 공유 혹은 이양에 대해 행정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지자체별 '차등적용' 방식도 요구했습니다. 지자체마다 근로감독업무 수행 여건이 다른 만큼 지자체 규모나 상황에 따라 권한을 달리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권을 공유할 지자체 지정 시 고려할 사항으로 △지방정부의 노동행정 수행 능력 △지방정부 의지 △사업체 및 종업원 규모 △재정능력 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여당 대선후보의 사실상 대선공약인 지자체 근로감독에 대해 내심 불편해하면서도 적극 대응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말이 근로감독권 위임이지 사실상 권한을 넘겨주는 것인데다, 지자체 별로 근로감독 행정이 달라진다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ILO 협약에 근거해 불가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를 정면으로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경기도의 주장에 대해 "지자체장의 의지가 있고, 재정과 인력이 충분한 지자체에서만 근로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라며 "사실상 경기도만이라도 직접 근로감독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마다 선출되는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근로감독 행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라며 "근로감독 행정의 일관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사후적으로만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사실상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지역별로 근로자 보호의 정도 또는 기업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