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 달콤한 피신처 리츠
국내 주식시장이 수개월째 박스권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채권 가격도 급락하자 갈 길 잃은 투자금이 리츠(REITs)로 몰리고 있다. 약간의 시세차익에 더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리츠의 매력이 부각된 영향이다. 최근 원자재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자 리츠를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요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분산 투자의 일환으로 리츠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기초자산, 배당주기 등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웃돈 수익률

'박스권 장세' 달콤한 피신처 리츠
국내 상장 리츠 15개는 지난달 초 이후 이달 11일까지 평균 2.3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12% 하락했다. 국내 15개 리츠 모두 코스피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케이탑리츠(7.53%), 코람코에너지리츠(6.15%), 모두투어리츠(5.88%)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업무용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안정적인 리츠로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팀장은 “리츠는 증시가 불안할 때도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위험분산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며 “꾸준히 5% 내외의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인플레 헤지 가능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최근 세계적인 공급 병목현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급등해 199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츠는 실물 자산(부동산)을 기초로 하고 물가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꼽힌다.

이달 들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츠가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는 오피스·리테일·호텔 등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던 산업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서울 주요 권역의 오피스 공실률이 일제히 하락했고 강남을 필두로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며 “국내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에 나선 미국에서도 오피스·리테일·호텔 리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리테일 리츠인 사이먼프로퍼티그룹(SPG)은 지난달 초부터 이달 11일까지 24.26% 급등했다.

금리 상승이 리츠의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리츠는 통상 부채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부채 비용이 증가한다. 김다현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리 상승이 곧 리츠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실물 경기 흐름과 섹터별 산업 전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자산·배당주기 확인해야”

업계에서는 리츠마다 기초자산이 다르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에 투자할 때는 기초자산과 입지, 공실률, 임차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리츠마다 갖고 있는 특징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츠의 배당주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부분 국내 주식이 연 1회(12월) 배당하는 것과 달리 리츠는 배당 횟수와 배당월이 각각 다르다. 국내 15개 리츠 중 이지스밸류리츠(2·8월 배당), 신한알파리츠(3·9월), 디앤디플랫폼리츠(3·9월)를 제외한 12곳이 11~12월 배당을 시행한다.

삼성증권은 코람코에너지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이지스밸류리츠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이경자 연구원은 “리츠 투자 시 배당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변수지만 배당의 성장 여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신한알파리츠를 ‘톱픽’으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