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연금개혁 '나 몰라라'하는 대선후보
20대 대선판이 초반부터 ‘퍼주기 대결’로 흐르고 있다.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다. “지면 한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어서인지 두 후보 모두 사생결단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빼들었다. 민주당 계산 기준으로 1인당 25만원씩 주려면 10조원, 50만원이면 25조원이 필요하다. ‘돈 뿌리기’ 스케일은 더 커졌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전체 공약에 필요한 재원이 연간 35조원이었다.

연금개혁 공약이 안 보인다

국민의힘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영업자 50조원 손실보상’으로 맞받아쳤다. 여야가 서로를 ‘국민의짐’ ‘더불어매표당’이라고 부르며 난타전을 펼치고 있지만 도긴개긴이다. 청년, 여성, 복지,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후보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전 국민 노후가 걸린 국민연금 개혁이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공약이나 구체적인 생각을 밝힌 적이 없다. 잠시 국민연금을 입에 담긴 했다. 일산대교 통행료를 무료화하면서 사업자인 국민연금을 ‘고리대금업자’라고 쏘아붙였다. 경기도민 표 앞에서 국민 노후는 알 바 아니었다. 윤 후보는 “연금 개혁은 늦출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만 할 뿐 언제, 어떻게 할지는 감감무소식이다.

국민연금은 사적연금에 비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다. 1990년생 이전은 평균 수익비가 두 배를 웃돈다. 낸 보험료의 두 배 이상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여기에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탓에 연금 고갈 시기는 더 빨라지고 있다.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는 사람만 늘어나니 당연한 일이다. 2041년 1778조원까지 기금액이 불어나는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로 돌아서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낸다. 그해 보험료를 거둬 그해 연금을 주려면 미래 세대는 월급의 30%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재정계산에 따른 추산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보험료를 더 내든지, 덜 받든지 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2월 ‘4지 선다형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 그러곤 임기가 6개월 남은 현재까지 ‘선택적 침묵’이다. 그새 국민이 추가로 내야 하는 부담은 더 커졌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5년간 연금개혁 지연으로 인한 추가 부담이 52조~81조원으로, 15조~21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40년부터 적자전환, 2054년엔 완전 고갈될 것이고 전망했다.

미래세대에 부담 떠넘겨선 안돼

이 후보는 지난달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부가 쌓아온 토대 위에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건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해 청출어람하겠다”고 했다. 연금개혁 실패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고, 부족한 것이고,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경제전문가 유승민 후보의 ‘디지털인재 100만 양성’을 일자리 공약에 우선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것만으론 안 된다. 유 전 의원은 8명의 국민의힘 본경선 후보 중 연금개혁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유일한 후보다.

더 이상 연금재정의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겨선 안 된다. 두 후보는 환영받지 않을 공약이더라도 이제라도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대선 캐스팅보트인 ‘2030’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연금재정이 거덜 나면 뒷감당은 자신의 몫이란 걸 이미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