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려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에 산업용 소재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제2, 제3의 ‘요소수 파동’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에서 요소수를 수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며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터지면서 잠재된 리스크가 촉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요소수뿐 아니라 작년부터 소재, 부품 등 공급망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며 “중국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1850개인 상황에서 어떤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가 될지 예상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국제분쟁과 기후변화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며 “이번 요소수 파동은 이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문제가 발생하고 난 후에야 외교력 등을 통해 해결하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리스크가 큰 수입처 다변화는 개별 민간기업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본부장은 “정부가 문제가 될 품목을 모두 리스트화한 후 품목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모든 소재와 부품의 상황을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에 민간기업과의 소통채널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품목을 정해야 한다”며 “전략 품목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전략품목과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담조직을 정부 차원에서 신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정부가 밀착 관리 중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모니터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술수준이 높은 품목뿐 아니라 요소수처럼 국민에게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기초소재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민/강경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