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한복판에서 자행된 '제2의 형지복지원' 영보자애원 피해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보자애원의 강제 수용 진실규명 신청은 2017년 서울시 노숙인시설 인권실태조사에 민간조사원으로 참여했던 박병섭 씨 제보로 시작됐다.
당시 박씨는 영보자애원에서 생활하는 입소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강제 입소 정황을 발견했다고 한다.
박씨와 상담한 50대 후반∼60대 초반 여성은 1980년대 언니를 찾아 상경했다가 서울역 앞에서 알 수 없는 남성들에 의해 동작구 대방동 부녀보호소(현 서울여성플라자 위치)로 잡혀 왔고, 이후 부녀보호소가 영보자애원으로 옮겨가면서 약 40년간 수용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입소한 사례는 제가 봤을 때 거의 없었고 대부분 강제 수용자였다"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측은 현재 입소자 300여명 가운데 88%가 강제 입소 됐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중간 퇴소자까지 포함하면 피해 사례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2017년 이후 4년이 흐른 뒤에야 진실규명 신청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형제복지원 사건이 언론에 나올 때마다 자괴감에 시달렸다.
'왜 아무도 이걸 모르지' 하면서 답답해 하다가 올해 연구소와 대응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강제입소 경위를 확인하고 이를 실태조사 기록에 남겼으나 서울시는 '주요 인권침해 사례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보건복지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일단 급한 게 피해 당사자를 찾는 것"이라면서 "서울시가 직무를 유기한 것인지는 판단이 안 되지만 우선 피해자를 찾아 사건을 객관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진실규명 신청인으로는 1983년 인천 소재 미용실에서 행방불명됐다가 2007년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영보자애원에서 20여년간 생활했던 A씨(2010년 사망)의 아들이 참여했다.
아들 오충빈 씨는 "어머니가 장애가 있으시긴 했으나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는 아니고 사리 분별은 가능했던 분"이라면서 "어머니를 찾았을 때 제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고 외형적인 모습이 너무나 달랐으며 표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그러면서 "어머니는 살아생전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권리를 뺏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뺏긴 것에 대한 진상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1970∼80년대 부랑인 단속을 가능하게 했던 내무부·보건사회부 등 훈령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훈령들"이라며 "이에 근거한 강제수용은 적법절차에 반하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