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투자하려는 고액자산가들 줄섰다"
“비상장사 리서치를 시작하자마자 고액자산가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부자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앞으로도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할 것임을 보여준다.”

KB증권이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비상장 회사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하는 전담 조직을 꾸렸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을 만나 조직을 구성한 배경을 물었다. 그는 “당초 기업공개(IPO) 담당 부서와의 시너지 효과와 함께 증권사의 직접 투자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기대했다”며 “시작하고 나니 예상외로 WM센터를 통한 VVIP 고객들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지난달 신성장기업 솔루션팀을 리서치센터 내에 신설했다. 팀장 1명과 팀원 5명 등 총 6명으로 이뤄진 팀이다. 이 중 2명은 외부에서 충원했다. 그동안 비상장 리포트는 간간이 나왔지만 정식 팀을 꾸린 것은 KB증권이 처음이다.

지난 8일 온라인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는 ‘무신사’를 시작으로 리포트 발간에 들어갔다. 유 센터장은 “앞으로 야놀자, 직방, 당근마켓, 두나무, 로앤컴퍼니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리포트를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년 안에 20개가량 종목에 대한 리포트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비상장 리서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할 일은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었다. 비상장사는 주식 거래 규모가 미미하거나 이뤄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리포트가 나와도 당장 활용할 데가 없다. 공급자도 자료 부족으로 리포트를 작성하기 까다롭다.

유 센터장은 “IPO 과정에 참여하는 투자 인구가 100만 명을 넘는 만큼 비상장 리서치는 꼭 필요하다”며 “증권사들이 자본 규모가 늘어나면서 벤처 투자에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IPO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점도 비상장사 리서치 발간에 나선 주요 이유다. 예상치 못한 초고액자산가 투자 수요도 확인했다. KB증권은 WM센터 고객들이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다.

유 센터장은 “리포트의 전문성이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IB 부서와의 협력과 KB증권이 확보한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