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길곤의 행정과 데이터과학] 그 많은 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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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50만명 공무원·교사·고시 '공시생'
대학원생 공직 진출 열어 역동성 확보
창업 경험자도 선발…유연한 채용 필요
고길곤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대학원생 공직 진출 열어 역동성 확보
창업 경험자도 선발…유연한 채용 필요
고길곤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고길곤의 행정과 데이터과학] 그 많은 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111/07.28063660.1.jpg)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의미 있는 공부를 하는 걸까? 2021년 국가공무원 9급 채용에 약 16만 명이 응시해 2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일반행정의 경우 필수과목이 국어, 영어, 한국사이고 선택과목은 행정학개론, 행정법총론, 수학, 과학, 사회로 이 중 두 과목을 선택하게 돼 있다. 대학생이 대부분 응시하고 있음에도 공무원이 해야 할 다양한 판단과 상황대처 능력을 평가하기보다 고등학교에서 이미 배운 과목으로 선발하고 있다. 7급 공채시험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인사혁신처에서도 면접 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학 4년 동안 자신의 전공을 얼마나 충실하게 공부했는지를 평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학 교육과 공직 진출이 분리돼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학생은 삶과 세상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운다. 공직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갈등 조정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학원에서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통해 갖출 수 있다. 현장형 인재 채용과 더불어 공직 채용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역인재추천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개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칭 ‘공직인재추천위원회’를 학교마다 설치해 외부위원의 참여를 필수로 하고, 회의록을 공개하며 매년 선발자의 인적 정보를 제외한 정량·정성 평가정보를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도가 잘 정착된다면 추천제의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다.
우수한 대학원생 인력의 공직 진출도 확대해야 한다. 한국 대학원 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른 대학보다 사정이 좀 나은 서울대조차 공학전문대학원이나 경영전문대학원의 정원 내 충원율이 80%도 안 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방대학이 어려워지면서 박사 학위자의 취업이 더욱 힘들어졌고, 대학원을 나와도 취업이 불확실하니 아예 대학원을 기피하는 것이다. 공직사회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와 석·박사 학위자의 비중을 과감히 늘려 소위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이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공직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을 대량생산 시대의 틀에 맞춰서는 안 된다. 똑같은 공무원 일자리가 있다면 정말 공직에 봉사하려는 사람, 전문성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유능한 청년 인재를 찾으려는 절박함이 없는 정부는 그 비대함과 무사안일로 인해 국민의 존경을 잃어버릴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고길곤의 행정과 데이터과학] 그 많은 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111/01.28068553.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