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법 제정 취지 고려할 때 '투자'로 간주해야"
P2P 금융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출 희망자와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대출 수요자 입장에선 신용점수가 낮아도 비교적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는 소액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한때 혁신 금융의 대명사로 꼽혔다. 하지만 블루문펀드와 팝펀딩, 넥스리치펀딩 등 업체들의 투자금 돌려막기와 자금유용 등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업계가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지난 8월 P2P 금융업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온투법이 시행되면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됐다. 금융당국의 등록을 받은 업체만 ‘온투업체’ 이름을 달고 정식 영업을 할 수 있게 됐으며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와 자금의 예치 및 신탁의무 등 투자자 보호장치도 두텁게 강화됐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사가 온투업체 상품에 연계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에 온투업계는 기관 자금 유치를 통한 ‘제2의 도약’을 꿈꿨다. 기관의 뭉칫돈이 들어오면 업계가 양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뿐더러 P2P 금융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투법이 시행된지 4개월째 기관 자금 유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온투법에서 금융기관의 온투업 상품 연계투자를 대출(여신)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으로 간주되는 순간 기관이 온투업체에 돈을 대는 행위는 갖가지 규제를 받는다. 가령 금융사가 대출을 내줄 땐 차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온투법상 온투업체는 차주의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 및 신용평가 분석·평가 업무 등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다.
금융사의 온투업 상품 연계 투자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적용받는지 여부는 아직 불명확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 신용대출 상품에 연계투자를 할 경우 DSR에 포함되는 등 상품 성격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추정의 영역일 뿐”이라며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출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 속에서 DSR 등 규제가 적용된다면 기관 자금 유치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온투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에 여신금융기관의 온투업 투자 행위 성격에 대해 질의를 했지만 원론적 답변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투법에 명확히 ‘여신’이라고 적혀 있는 만큼 이를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며 “온투법 논의 당시 법 조항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선 기관의 연계투자를 허용한 법 취지와 미국 등에선 기관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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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