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에는 각종 이색 기록들이 담겨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오케스트라는 과연 단원이 몇 명이나 될까요. 최근 중미 베네수엘라에서 새로운 기록 도전에 나선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도이체벨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육군사관학교 교정에선 지난 14일 1만2000여명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모여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을 연주했습니다.

유명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배출했던 '엘 시스테마'(El sistema) 오케스트라가 역대 최대 규모 오케스트라 기록 도전에 나선 것입니다. '엘 시스테마'는 '시스템'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빈곤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음악을 가르쳐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베네수엘라 음악교육 시스템을 가리킵니다.

이날 공연에는 12세부터 77세 사이의 단원들이 검정 바지와 흰 셔츠를 맞춰 입고, 저마다의 악기를 가져와 12분 동안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각 연주자는 작품의 최소 5분 동안 악기를 연주해야 했다고 합니다.

기네스북 등재 여부는 열흘가량 뒤에 최종 결정된다고 합니다. 기존 최대 규모 오케스트라 기록은 2019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8097명이 참여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무사히 곡이 끝나자 연주자들은 악기를 들고 환호했다고 합니다.

일사불란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비할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형태의 꿈과 마음을 담은 큰 울림이 퍼져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